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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은행發 위기 '나비효과'… 올 72% 뛴 비트코인 더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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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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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서도 비트코인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테라 몰락, FTX 파산이라는 대형 사고로 1만6000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나 올해 들어서는 매달 두 자릿수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은행 파산으로 금융 시장에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계속되는 환경 속에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미국 긴축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트코인은 이들의 대체자산으로 인식되고 금융 시스템 위기가 오더라도 비트코인은 대안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쌍끌이 매력'이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비트코인의 반사이익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안, 대체라는 쌍끌이 매력

올 초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강세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에게는 뜻밖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각국이 그동안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풀었던 유동성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수하면서 투자자산의 일종인 가상자산 시장도 긴축 영향을 받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1월 한 달에만 50% 가까이 오르면서 이 같은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2월에도 전월 대비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그동안 상단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2만5000달러를 돌파하면서 3월 고점을 2만8000달러까지 높여놓았다.

비트코인의 예상 밖의 상승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긴축 우려의 부상에 따른 대체자산으로서의 매력이다. 두 번째로는 비트코인의 탄생 취지와 부합하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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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디지털 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앙은행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비트코인에서는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같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주체가 존재하지 않고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량이 유지된다. 또 4년에 한 번씩 전체 통화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를 통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비트코인 생태계에서의 '인플레이션'을 차단한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높아 그동안 투기 수단으로 주로 인식되면서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이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잇단 대형 사고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투기 수요가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 긴축 우려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도 다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에 대한 대안 성격으로서 비트코인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늘어난 유동성이 금융기관들의 살을 찌웠다가 금융 당국 주도로 갑자기 유동성의 초단기 다이어트가 진행되면서 탈이 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은행 파산이다.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 시그니처은행의 청산과 파산은 표면적으로는 급속한 뱅크런이 이유로 꼽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국채의 가격 급락도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재개된 미국 코인 제재

비트코인의 가장 취약한 점은 금융 당국의 규제다. 작년 테라 몰락과 FTX 파산 사태는 시장에서는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팍소스,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스테이킹 상품을 판매한 크라켄에 각각 '웰스 노티스'를 보냈다. 이는 금융 당국이 불법 금융거래 등의 혐의가 있는 개인과 법인에 보내는 사전 통보다. 여기에 3월 들어 코인베이스에도 웰스 노티스를 보내고 트론 창시자인 저스틴 선을 미등록 증권 판매와 시장 조작 혐의로 기소했다.

올해 들어 잘나가던 비트코인이 2월 주춤한 것도 규제 압박에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팍소스, 크라켄에 대한 웰스 노티스 발송 소식이 들리자 비트코인은 2만1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규제의 불확실성은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항목 중 하나다. 불확실한 규제는 투자 손실이나 거래 비용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증시 상장사이자 미국 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마저 SEC의 규제 대상이 된 것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인베이스에서는 자사 스테이킹 상품이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프로토콜에 의해 운용되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규제 대상이 된 크라켄의 스테이킹 상품이 임의의 자산 운용사가 코인을 단일 계좌에서 집합 운용하는 것이어서 증권성 여부가 다분한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거의 모든 코인들이 증권성이 있다고 피력한 바 있어 양쪽의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 금융 당국이 파산 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위해 발표한 신규 지원 프로그램도 비트코인 가격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함께 발표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 국채 등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치로 평가해 이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금융회사들에 최대 2조달러가 공급될 수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BTFP가 양적완화와는 거리가 먼 은행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와는 반대되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또 발생한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의도는 영향력이 낮아질 것이며 무엇보다 연준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경우 대체·대안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회피처로 작용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던 비트코인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이에 근거한다.

특히 비트코인이 3만달러를 넘길 경우에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3만달러는 지난해 테라 몰락 당시의 가격으로 회복 시 테라 몰락 사태의 우려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만달러 회복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이 추가 상승할지,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혀 답보 상태에 머물지 결정될 전망이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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