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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남 일 아니다”…중국의 대만 침공 워게임에 한국 주목받는 이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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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향한 중국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4기 1차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촉진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분열 활동에 결연히 반대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조국 통일 과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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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군 프리깃함이 가상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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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무력통일을 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기류를 반영해 미국과 일본 싱크탱크가 양측간 무력충돌을 가정한 워게임을 실시, 그 결과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싱크탱크들의 워게임 결과는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장거리 타격력과 무인 체계 등 첨단 장비 확보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모두가 큰 피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월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시뮬레이션에 적용된 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은 2026년 대만을 점령하고자 항모전투단과 잠수함, 미사일, 공군 전력을 전개한 뒤 대만과 주일미군기지, 괌을 기습 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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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전차와 보병전투차가 지상 기동 시연을 펼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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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군과 공군은 조기에 괴멸되고, 중국 상륙부대는 대만 서남부에 상륙해 대만 육군과 전투를 벌인다. 미군이 개입하면서 중국 해군과 공군 및 상륙군을 무력화되고, 중국이 반격을 감행하지만 미군에 격퇴된다.

이같은 시나리오의 결과는 참혹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실패하지만 피해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과 대형 전투함 10~20척 및 전투기 200~480여대를 잃고, 3주 만에 미군 3200명이 전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희생된 미군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은 함정 113~138척과 전투기 138대를 잃고 1만여명이 전사하며 대만에 상륙한 병력 수만명이 포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군은 병력 3500명이 전사하고 함정 26척이 격침된다.

일본은 주일미군이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전투기 100척과 군함 26척을 잃게 된다. 민간인 사상자도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에서는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중국군의 공격은 제외됐지만, 주한 미 공군의 절반이 대만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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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육군 105㎜ 곡사포가 가상 표적을 향해 포탄을 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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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비공개로 실시한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충돌과 관련한 전문가 설문조사 ‘아테나’ 결과와도 맥락이 닿아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전문가 28명 중 19~20명은 중국이 대만 본섬을 공격하거나 전면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 전력 일부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뮬레이션을 주관한 CSIS는 “우크라이나는 전쟁 시작 이후에도 병력과 물자의 지속적인 보급이 가능했지만, 대만은 전쟁이 시작되면 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미국이 중국의 침공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전쟁 전 대만을 완전무장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뎁툴라 미 예비역 공군 중장은 CSIS 보고서 공개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억제하려면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양의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뎁툴라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중국 본토를 타격한다는 선택지를 살려 놓아야 한다”며 “B-21과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는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고, 막대한 양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으며, 중국 영공에 침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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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선회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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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윌스바흐 미 태평양공군 사령관은 대만 방어를 위해선 제공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윌스바흐 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첼 항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태평양 공군에 예산이 추가 배정된다면, 제공권 확보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윌스바흐 사령관은 한국 공군 E-737 조기경보통제기와 같은 기종인 E-7 도입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2년 이상 쓴) E-3는 공중에 띄우는 것조차 엄청난 도전”이라며 “공군은 2027년에 첫 기체를 확보할 것이며, 승무원 확보를 위해 E-7 운용국인 호주 공군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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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35A 스텔스기가 지상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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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F-35, MQ-28 드론, B-21 스텔스 폭격기, F-22를 대체할 차세대 공중 지배(NGAD) 전투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사사카와평화재단이 지난달 실시한 대만해협 위기 시뮬레이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해 진행된 시뮬레이션에서 중국은 항공모함 2척을 비롯한 함정 156척, 전투기 168대와 대형 수송기 48대 등 항공기 252대를 잃고 4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만군은 함정 18척, 항공기 200대 손실에 인명 피해는 1만3000명으로 전망됐다. 미군은 함정 19척과 항공기 400대를 잃고, 사상자는 1만700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피해는 함정 15척, 전투기 144대, 사상자 2500명으로 분석됐다.

◆한국군, 북한·중국 위협 대응전력 구축해야

CSIS 등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한국군 전력증강 전략에도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것에 주력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중국 위협을 감안한 군사력 건설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우선 스텔스 및 장거리 타격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CSIS 워게임에서는 비(非) 스텔스 전투기가 중국 연안이나 대만에 접근하면, 강력한 중국군 방공망에 부딪혀 많은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개발하는 등 방공망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방공망의 유효 범위가 넓어지면, 사거리가 짧은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의 공습 효과는 반감된다.

안전이 보장된 공역에서 북한 내륙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타우러스(TAURUS) 공대지미사일을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을 확충하거나, 북한군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F-35A 스텔스기 전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

한반도 유사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미군 전략폭격기가 출격해 북한 내륙지역을 타격하지만, 최단시간 내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은 한국 공군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스텔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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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24일 오후 가상의 지상 표적을 향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인 AGM-84 슬램이알(SLAM-ER)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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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은 KF-21에 개발중인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할 예정이지만, 전력화까지는 약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타우러스 미사일을 KF-21에 통합해 F-15K와 더불어 장거리 공대지 타격력을 단기간 내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외에도 정밀유도무기 재고를 늘려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상 발사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적군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반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의 운용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인 전투기 1대가 다수의 무인기를 조종하는 유·무인 복합체계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위험한 작전에 무인전력을 투입하면 임무 성공률을 높이면서 조종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

한반도 해역을 침범하려는 중국 등의 시도를 거부할 대함탄도미사일(ASBM)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SBM은 바다 위에 있는 항공모함을 비롯한 대형함정을 타격하는 미사일이다. 중국은 미 해군 항모전투단을 겨냥해 DF-21D ASBM을 실전배치한 상태다.

ASBM의 핵심 기술은 탐색기다.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탐색기는 수면과 함정을 정확하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단일 추적 모드의 탐색기로는 한계가 있다.

능동 및 수동모드를 모두 사용하는 밀리미터파 복합모드 탐색기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복합모드 탐색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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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군 천무 다연장로켓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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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은 오랜 기간 현무-2 탄도미사일을 운용해왔다. 현무-2에 복합모드 탐색기가 추가되면, 한반도 해역을 관할하는 작전구역(KTO)으로 적성국 대형함정이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한국형 ASBM을 만들 수 있다.

조인트스타즈(JSTARS)를 비롯한 공중 기반 감시정찰 전력보다 우주 기반 감시정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 공군은 E-8C 조인트스타즈가 맡던 지상 이동 표적 탐지 추적 임무를 우주군 위성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항공기가 지상 표적을 감시했지만, 이젠 국가정찰국(NRO)이 위성으로 지상표적을 감시하는 것처럼 우주군 위성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해 경보를 발령하는 조기경보위성 등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한국의 해군과 공군은 북한을 훨씬 능가하므로 향후 고성능 무기는 중국 등 주변국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며 “군사전력과 전투개념, 과학기술 발전속도, 군사력 건설 기간을 고려해 2040년대를 목표로 군사력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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