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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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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한마디에 '인생 반전'…공대 출신이 250조 명품대통령으로[스토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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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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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아 김현종 현대백화점 대표, 딸 델핀 아르노 디올 글로벌 CEO 등과 함께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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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최근 방한해 큰 관심을 끌었다. 그의 패션, 그가 묵은 숙소, 그가 만난 인사, 그가 방문한 곳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대중의 주목을 끄는 공개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런 그는 어떻게 세계 1위 명품기업 LVMH의 회장이 됐을까. LVMH는 루이비통·크리스천 디올·펜디·불가리·티파니앤코 등 80여개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아르노 회장의 재산 보유액은 순자산 약 250조원으로 세계 부호 1위다.

놀랍게도 아르노 회장은 패션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아르노는 1949년 프랑스 소도시 루베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공과대학인 에콜 폴리니테크를 졸업하고 고위 공무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왔다. 1971년에는 가족이 경영하는 건설기업에 합류했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아르노 회장은 입사 5년 만에 부친을 설득해 일부 사업부를 4000만프랑에 매각하고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1981년 부친에게 회사를 물려받아 대표직에 오른 아르노 회장은 돌연 미국행을 택하게 된다. 1981년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주 39시간 노동제, 국유화 정책 등에 반발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을 처음 방문한 아르노 회장은 택시 기사에게 '프랑스에 대해 알고 있는게 있느냐.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묻자 '대통령 이름은 모르겠고,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답을 들었다.

택시 기사의 답변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아르노 회장은 전 세계 누구나, 심지어 택시기사조차도 알고 있는 명품의 힘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됐다.

아르노 회장이 명품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3년 후인 1984년으로 당시 35세였다. 그 해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로 귀국했고 명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파산 직전의 크리스찬 디올의 모기업이자 섬유 기업인 부삭그룹을 인수했다. 당시 디올은 경영난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후 회사의 다른 사업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패션기업 루이비통과 주류기업 모에헤네시가 합병돼 설립된 LVMH의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루이비통 출신의 앙리 라카미에 부회장과 모에헤네시 출신의 알랭 슈발리에 회장이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지분 인수 후 아르노 회장은 슈발리에 회장을 몰아내고 1989년 자신이 LVMH 그룹 회장 및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당시 나이는 불과 40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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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총괄회장과 델핀 아르노 CEO가 21일 서울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해 주요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3.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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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아르노 회장은 유사한 전략을 사용해 셀린느·로에베, 마크 제이콥스·세포라, 태그호이어, 펜디 등의 명품 브랜드를 차례로 인수하며 LVMH를 80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LVMH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수만 17만5000명이 넘는다. 2021년에는 158억달러(약 20조4000억원)에 티파니를 인수했다. 아르노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그가 유일하게 M&A에 실패한 명품 브랜드는 '구찌'와 '에르메스'다. 구찌의 경우 1999년 인수 경쟁에서 케링그룹에게 패했다. 또 아르노 회장은 에르메스의 지분을 늘려가며 인수를 시도했으나 에르메스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행동에 나서며 결국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아르노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CEO 연령 제한을 기존의 75세에서 5년 늘려 80세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LVMH를 자신의 가족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현재 아르노의 다섯 자녀들은 모두 LVMH에서 일하고 있다. 첫째 딸인 델핀 아르노는 지난 1월 LVMH의 핵심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고 둘째 아들 알렉상드로 아르노는 티파니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3남인 프레데릭 아르노는 태그호이어의 CEO이며 막내아들 장 아르노는 루이비통에서 근무 중이다. 블룸버그는 "아르노가 LVMH에 자신의 왕조를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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