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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시장 가세요" 대형마트 팔 걷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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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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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옮기는 지자체가 늘고있다. 온라인으로 장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비자를 오프라인 시장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공통 과제가 되면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 타고 만들어진 '마트 영업 시간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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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가법령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시군구 각 지자체장이 월 이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오전 0~10시 범위 내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대형마트는 24시간 365일 영업하면서 최대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통시장은 점차 축소됐고 시장 상인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이어받아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상생과 경제민주화라는 대원칙 속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제한을 골자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됐다. 2014년 법이 이렇게 개정되면서 대부분의 지자체는 대형마트가 공휴일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정했다.


그 후 10년...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소비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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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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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패턴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대형마트의 매출은 38조5000억원으로 온라인 유통채널 전체 매출 32조원보다 많았다. 온라인 유통채널 매출액은 해마다 늘면서 2021년 187조원 수준까지 커졌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34조원으로 오히려 2012년보다 줄었다.

심야 영업 제한으로 인해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지만 새벽배송 등을 통해 온라인 유통업체가 마트가 문 닫은 시간을 장악해 갔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이 48.6%(산업통상자원부)로 절반을 차지했다. 백화점(17.8%), 편의점(16.2%), 대형마트(14.5%), SSM(2.8%) 등 나머지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절반을 가지고 싸우는 형국이다.

2019년까지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2020년부터 대형마트는 백화점-편의점에 밀려 3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마트가 '물건'을 파는 대신 고객 '시간'을 사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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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이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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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영세 상인을 살릴 수 있다면 대기업의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시 법 제정 취지가 그 효용을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전통시장과 같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아니었다. 이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시간은 자체적으로 밤 11시에서 밤 10시로 한 시간 더 축소했다. 밤 시간대 소비자들을 새벽배송 유통채널에 빼앗기면서 내린 결정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어떻게하면 오프라인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대형마트는 물론 소상공인들의 공통과제가 됐다.

대형마트가 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의 '시간을 사는 곳'으로 탈바꿈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같은 생존고민에서다.

2020년 새로 단장한 이마트 월계점이 대표적 사례다. 이마트는 기존의 마트 점포 비중은 대폭 축소하고 고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 유명 맛집들도 대거 입점하면서 마트 내 점포를 지역 상인들에게 내줬다.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함께 운영했다.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시간을 산 결과 이마트 월계점의 지난해 4월 실적은 마트 비중을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뉴얼 전인 2020년 4월 대비 114% 신장했다.

홈플러스도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을 내세워 고객 경험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역 맞춤형 매장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에만 총 10개점을 리뉴얼 했다.


대형마트·소상공인 공통과제는 "오프라인으로 소비자 끌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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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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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형마트가 한 도심의 상권 중심에 자리하면서 대형마트가 쉬는 날은 인근 상권도 같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주말 휴무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게된 대형마트 내부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도 컸다.

2021년 기준 서울 성동구를 비롯해 경기 안양, 고양, 충남 계룡, 경북 영천, 울산 중구 등 35개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경기 동두천시 등 16개 지자체는 휴무일을 자율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북구 등 대구지역 5개구도 대형마트 평일 휴무에 동참했다.

일부 연구결과도 규제 해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7년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 오히려 전통시장 고객이 늘어났다. 전통시장 고객을 100명으로 볼 때, 대형마트로 이동하는 전통시장 고객은 4.9명인데 비해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시장을 함께 이용하는 신규 고객은 14.6명이나 됐다.

대구지역 이마트는 아예 전통시장과 손 잡고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이마트 만촌점은 전단을 활용해 동구시장의 다양한 맛집 위치를 안내하고, 주요 점포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만촌점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동구시장은 이마트 만촌점과 약 300m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대구 수성구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분식부터 빈대떡, 해장국, 육개장, 생선회, 칼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을 갖췄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마트를 찾고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하는 상생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평일 휴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마트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주 32시간 노동을 하며 주5일 근무 2일 휴무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마트업계에서는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것은 소매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숙명인데 이를 인권과 연결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설명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중보다 매출이 더 잘 나오는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은 대다수 자영업자들도 똑같다"며 "대형마트는 주 32~40시간 노동을 하며 주5일 근무 2일 휴무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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