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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 후유증 딛고… 꿈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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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고교 구간 마라톤 男배문고·女신정고 우승

조선일보

배문고 3학년 김은성이 이마에 ‘필승’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25일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배문고는 남고부 우승을 차지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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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고 3학년 김은성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양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내 힘이 풀린 다리를 부여잡더니 웅크린 채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면서도 자신과 싸움을 이겨낸 보람인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열심히 뛰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배문고가 고교 마라톤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배문고는 25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39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조선일보·대한육상연맹·KBS·코오롱 공동 주최)에서 2시간 18분 23초로 남고부 11팀 중 우승을 차지했다. 배문고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11번으로 늘렸다. 이 대회 고교부는 마라톤 풀코스인 42.195㎞를 6명이 나눠 달린다. 배문고는 4구간 주자로 나선 유우진(3학년)이 선두로 치고 나간 뒤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 정상에 올랐다.

◇코로나 이후 기지개 켜는 학생 선수들

배문고는 2000년대 들어 최고 기량을 뽐낸 장거리 명문이다. 2004년부터 대회 3연속 우승을 했고 2시간 9분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대회에서는 4위에 그쳤다. 코로나 여파가 컸다. 감염병 확산으로 2020년부터 대회가 열리지 않다 작년 9월에 재개됐는데, 당시 배문고는 집단감염 이후 갓 격리가 해제된 상태였다. 선수들은 코로나 기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고 “호흡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남홍(60) 배문고 감독은 작년 12월부터 약 두 달간 진행한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멘털 관리’에 주력했다. 배문고 선수 출신으로 1985년 학교에 돌아와 쭉 학생을 지도한 그는 과거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숱한 선수들을 키워냈지만 이번엔 달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우울한 학생들은 하루이틀 훈련에서 제외해 다른 선수들이 뛰는 걸 보게 하는 관찰 학습을 시켰고 훈련 강도는 서서히 높였다. 또 박민호(24·코오롱) 등 학교 출신 선수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 선수들을 격려했다. 박민호는 2022 춘천마라톤에서 국내 남자 엘리트 부문 우승을 차지한 ‘한국 마라톤의 희망’이다. 최근 2023 서울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2시간10분13초)으로 1위를 했다. 선배들은 후배에게 “열심히 하면 너희도 형처럼 뛸 수 있다”고 격려했다. 조 감독은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대회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선수들이 다시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 기간 주춤했던 마라톤 꿈나무들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경기 중단으로 설 곳을 잃자 적잖은 선수들이 현장을 떠났다. 남은 이들은 투혼을 발휘해 달리고 또 달렸다. 지친 허벅지를 부여잡으면서 경주를 마쳤고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주저앉았다. 고통 속에 완주한 승자가 패자를 격려하고 승패를 떠나 서로 얼싸안고 위로했다.

◇신정고, 은퇴 앞둔 감독에게 선물

조선일보

신정고 마지막 주자 2학년 이한별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25일 코오롱 마라톤 대회 여고부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신정고는 여고부 정상에 올랐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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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팀이 참가한 여고부에선 신정고가 2시간 43분 50초로 우승했다. 1구간부터 선두를 유지한 압도적 레이스였다. 신정고는 작년 새로 창단했지만 같은 재단인 육상 명문 오류고(2022년 해체)에서 선수들을 받아 수준이 높다. 직전 대회 2위를 했고 이번에 첫 트로피를 들었다. 오는 8월 정년을 앞둔 김주환 신정고 감독은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면서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곳도 신정고여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남중부에선 배문중(54분 50초)이, 여중부는 성남여중(59분 40초)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중등부는 15㎞를 4명이 나눠 달렸다.

올해 대회부턴 일반 동호인이 참가하는 ‘런크루’ 부문이 신설됐다. 일반인들 관심을 반영한 조치다. 42.195㎞를 6명(남3·여3)이 이어 달렸다. 대구마라톤협회 신천지부가 2시간 46분 20초로 러닝BK(2시간 49분 05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류병우 신천지부 총무는 “한 달 계획을 미리 세우고 주 3회 꾸준히 운동했는데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경주=김민기 기자

[경주=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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