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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선 기존 은행과 비슷한 영업 형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과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라는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에 맞게 영업 관행을 변경하지 못하면 소수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금융당국이 기존 은행에서 간과했던 중저신용자 금융 확대, 데이터 분석 능력을 통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 등의 기대효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해 몇십년 만에 은행 라이선스를 신규로 발급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비슷한 형태로 영업할 때 은행 산업 구조에서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2017년 은행업의 경쟁 촉진과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 은행권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인터넷은행을 허용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먼저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은 뒤 토스뱅크가 합류하며 현재 3대 인터넷은행의 체제를 구축했다.
신 위원은 단순히 은행의 숫자만 늘어날 때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깰 수 없으므로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시중은행의 규모가 큰 상황에서 은행을 더 넣어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 같다”라며 “초기에는 신규진입 은행으로 약간의 경쟁 효과가 있겠지만, 초기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했다. 신 위원은 “5대 메가뱅크 구조에 비슷한 은행을 넣으면 7~8대 메가 뱅크가 있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 산업에서 소외됐던 공간을 메꿔줬으면 좋겠다”라고 부연했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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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사라진 인터넷은행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은행권의 경쟁이 촉진됐지만, 초기에 보였던 혁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존 은행에 비해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게 전반적 평가다”라면서 “기존 은행들도 이에 자극을 받아서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하고,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려고 노력하며 소비자의 금융 거래 편의성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의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부분은 미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집중해왔고 2021년 금융당국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중금리대출을 늘리려는 상황이고, 혁신 기업에 대한 대출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시장 개척에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안신용평가(CSS) 강화’가 제시됐다. 이 연구위원은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비재무제표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모아서 하는 대안신용평가가 인터넷은행의 강점이다”라며 “이를 활용해서 중저신용자 대출 등 혁신산업을 늘리고 여기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인터넷은행의 일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혁신 방안으로는 해외 진출이 꼽혔다. 이 연구위원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보면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지만, 금융서비스는 제대로 되지 않는 국가가 많다”라며 “인터넷은행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하면)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은정 중앙대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해외진출을 하려고 해도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돼 있다”라며 “국내, 해외법인을 달리 구분하지 않아 해외사업 확대 시 대출, 보증 등의 신용공여를 통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이 포용금융을 확대하려고 해도 법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여 교수는 “한은은 내규상 금융중개지원대출 참여 은행 요건에 ‘지점수 80개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인터넷은행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이차보전 및 보증 사업 실사 인력에 대한 기준을 경직적으로 운영해 인터넷은행의 참여가 사실상 힘들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판교 테크노밸리의 카카오뱅크에서 ‘은행산업 경쟁 촉진과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왼쪽 두 번째부터),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케이뱅크 서호성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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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인뱅 대표 “혁신 노력”… 금융 당국 “제도 개선”
인터넷은행은 이러한 혁신 과제를 풀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는 “은행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는 것이 큰 과제다”라며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은행에 간다’ 대신 ‘모바일로 은행 일을 본다’라는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기술 기반 혁신은 당면 과제이며 건전성 유지와 금융포용 확대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혁신하겠다”라고 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건전성을 제고하며 CSS의 고도화에 힘쓰도록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인터넷은행이 비금융 데이터를 편하게 확보해서 본업인 금융업을 잘할 수 있는 방법과 인터넷은행이 해외 진출에 있어 현행 관련 규제가 엄격하게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신 국장은 “개인신용대출에 치중한 인터넷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측면에서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의 대출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을 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선 면밀하게 보고 있다”라며 “인터넷은행에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CSS 고도화 작업을 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 국장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정도에는 정부의 큰 입장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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