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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상장폐지냐 유의종목해지냐…운명의 31일 마주한 페이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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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코인원, 31일 투자유의 조정 발표

닥사, 페이코인 '밸류' 종합적으로 판단할 듯

페이코인 "해외서 PCI 결제 등 여전히 활용처 있어"

관료주의적 시각으로 디지털금융 싹 밟는다는 지적도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300만 명의 실사용자를 확보했지만,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국내에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 페이코인이 또 한 번 중대 고비를 맞았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달 말 페이코인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닥사) 회원사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은 오는 31일 현재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페이코인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닥사는 지난 1월 페이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은행실명확인계좌’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에 한 달 안에 결제 서비스를 종료하라고 지시하자, 닥사도 서비스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닥사는 페이프로토콜로부터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 상황을 상세히 공유 받고, 한차례 유의종목 지정 기간을 연장해, 오는 31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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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닥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명계좌 확보 여부가 중요했던 지난번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페이코인은 국내에서 법·제도가 갖춰지기 전까지 자체 코인 PCI로 결제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업모델을 전면 변경했다. 이달 초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의 실사를 마치고 계약이 마무리되는 단계까지 왔지만 FIU가 PCI의 자금세탁 우려를 제기하자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내에선 PCI를 활용한 결제 사업을 중단하고, 비트코인 등 메이저 코인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대신 해외에서 PCI 결제를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일본, 싱가포르, 두바이의 파트너를 확보했다. 지갑 서비스를 강화해 60여 개 코인을 페이코인 앱에 담고, 스왑(교환), 스테이킹(예치)도 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또 국내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질 때 PCI를 리워드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페이코인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에 활용성이 없는 코인들도 존재하는데, 페이코인은 실생활 사용 사례를 만들려고 노력하다 과도기적으로 이슈가 생긴 케이스라는 점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닥사가 실명계좌 확보 여부만 고려할지, 다른 활용처를 확보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지에 따라 페이코인의 운명이 달라진다. 실명계좌 확보 여부만 볼 경우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다른 활용처를 확보한 상황을 고려하면 유의종목지정 연장이나 유의종목해지도 기대할 수 있다.

닥사 소속 한 거래소 관계자는 “페이코인의 종합적인 밸류(가치)를 보고 결정하게 될 것 같다”며 “국내 대표 코인이 될 수 있는데 지금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 판단되면 기회를 줄 것이고, 국내에서 결제를 못하게 되면서 밸류가 상장을 유지할 만큼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산업 분야에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을 세운 규제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사업진흥협회(KBIPA) 이사장은 “블록체인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전통 금융권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한 구조를 만들었다”며 “이런 관료주의적 시각을 고집한다면 전 세계 디지털금융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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