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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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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현상으로 천적에 위험 노출…"지켜주고 더 보호해야"

연합뉴스

알비노 흰뺨검둥오리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최근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원래의 모습과 다른 흰뺨검둥오리가 관찰됐다.

몸 전체가 다갈색이고 머리와 목은 연한 갈색, 배는 검은 갈색인 흰뺨검둥오리 원래의 모습과 다른 흰색의 개체가 눈에 확 띄었다.

이 개체는 다른 무리와 잘 어울리며 먹이활동도 하고 주변을 비행하는 등 며칠 동안 보이다 사라졌다.

야생동물은 대부분 주위 환경이나 자기가 서식하는 곳의 빛깔을 닮아서 다른 동물에 발견되기 어렵게 보호색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의 공격을 피하고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제 본래의 보호색을 잃어 위험에 노출된 새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전국에서 종종 발견돼 화제가 되곤 한다.

원주에서는 최근 흰 노루가 발견돼 연일 화제다.

고구려 설화에도 등장하는 영물이라며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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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참새
[촬영 유형재]


2020년 7월 춘천시 도심 주택가에서는 흰 참새 2마리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이 흰 참새가 좋은 일을 가져온다고 여기는 '길조'(吉鳥)라며 반겼고, 전국에서 이 흰 참새를 보기 위해 많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과 사진가들이 더 가까이서 보거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흰 참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토끼몰이하듯 쫓거나 들깨, 좁쌀 등 모이를 주며 유인하는 행위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2015년 3월 강릉 경포호에서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흰색인 알비노(백색증) 증상의 흰죽지 1마리가 발견됐다.

이 흰죽지는 머리와 목이 옅은 갈색이고 이외는 온통 흰색이어서 무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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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깝짝도요
[촬영 유형재.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9월 강릉시 남대천 하구에서 하얀색 깝짝도요가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원래 깝짝도요는 도욧과의 나그네새로 꽁지의 아랫부분만 흰색이고 몸의 등 쪽은 옅은 갈색인데 모두 흰색이었다.

같은 해 정선군 조양강변과 비봉산 등에서는 원래 온몸이 검정인 까마귀와 완전히 다른 흰 까마귀가 발견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흰 까마귀는 천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해 천년의 길조, 전설 속의 새로 행운을 상징한다며 떠들썩했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흰 까마귀는 이후 3년 뒤 경남 합천에서도 발견됐다.

이처럼 보호색을 잃은 새.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거나 결여된, 즉 알비노 현상으로 인해 하얀색을 가진 아픔을 안고 있는 개체다.

전문가들은 이를 선천성 희소병이라고 하며, 일부에서는 지능과 발육 장애 등이 따른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이들 개체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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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까마귀
[정선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이들 알비노 개체는 다른 정상적인 개체와 달리 보호색을 잃어 상위 포식자나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천적의 위험에 노출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상의 모습과는 다른, 보호색을 잃은 하얀 모습만 보고 사람들은 전설 속의 '영물' '길조' '행운과 행복의 상징'이라는 등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한다.

2021년 5월 경북 경주시 옥산서원 인근에서는 하얀색 후투티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2018년과 2012년 설악산과 지리산에서는 흰 다람쥐가 포착되기도 했다.

2021년 전남 담양에서는 하늘색 개구리, 2017과 2015년 지리산에서 흰 오소리, 2017년 오대산에서는 하얀 박쥐, 2016년 경기도 파주에서는 쇠기러기 3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보호색을 잃었지만, 남들과 같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

보기 힘든 만큼, '길조' '영물'로 여기는 만큼 더 잘 살아가도록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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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후투티
[촬영 손대성.연합뉴스 자료사진]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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