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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당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칭송 발언, 당원 표 계산한 건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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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처럼
국민 여론조사 반영했다면
정치·이념 과도하게 치우친 세력
칭송하는 발언 나왔을까


정치인은 표 계산에 밝은 사람들이다. 선거에서 이겨야 생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혹시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잇달아 전광훈 목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전 목사는 이념이나 정치 성향이 과도하게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사람을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이 칭송하는 발언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일반 국민의 비판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일이다. 도대체 왜 이랬던 것일까.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당원 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혹시 전광훈 목사 쪽 사람들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대거 가입해 지난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에서 김 최고위원을 지지한 게 아닐까. 그래서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고 아부성 발언을 한 게 아닐까. 당원만 참여하는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에서 전 목사 측 표를 의식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매일경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언론 인터뷰 장면. 그는 최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했다. <사진 출처=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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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최고위원이 한 번만 그랬다고 하면 우연한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언론에 집중 보도된 것만도 두 번이다. 그는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만주화운동의 정신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전 목사가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하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아닌가”라고 하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최고위원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며 “앞으로 조심하겠다”라고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금세 또 사달을 냈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도 민주노총에도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라며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우파 진영에 속한다. 그렇다면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까지 통일했다는 뜻이 된다. 말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창하다. 혹시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해 지난 당 지도부 경선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쪽에서 나온 최고위원 후보들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 게 아닐까. 그래서 국민의힘이 친윤계 일색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힘을 보탠 게 아닐까. 그런 뜻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통일했다고 김 최고위원이 말한 게 아닐까.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배출하고자 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세력보다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할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토론하고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만약 공당의 당권을 잡는 경선에서 이념이나 정치 성향이 극단으로 치우친 세력이 영향을 미치고, 그 세력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고, 그 사람의 영향 아래 공천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될 것이다. 다수 국민이 아니라 극단 세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선택권은 좁아질 것이고, 정치는 더욱더 양극화될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한국의 공당이 극단적 정치 세력이 입김에 영향받는다는 신호라고 한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원 투표로만 지도부를 뽑는 폐해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경선 방식을 고쳐 과거처럼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반영하는 게 옳을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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