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대표 “변즉생 정즉사, 시장 1위 탈환”
작년에만 테라 10억병 팔았지만 “안주 않겠다”
참이슬·진로 ‘투트랙’처럼 맥주도 ‘연합작전’
작년에만 테라 10억병 팔았지만 “안주 않겠다”
참이슬·진로 ‘투트랙’처럼 맥주도 ‘연합작전’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30일 맥주 브랜드 ‘켈리’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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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이트진로의 적은 우리 자신의 성공일지 모르겠다.”
하이트진로가 4년 만에 맥주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힌 30일 하이트진로 경영진의 표정에서는 기대감보다 비장함이 묻어났다. 앞서 선보인 청정라거 테라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안주하면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신규 브랜드 ‘켈리(Kelly)’의 론칭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4년 만에 열리는 미디어 행사인데다 대세 배우 손석구가 신제품 모델을 맡았다는 점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120여명 남짓한 취재진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이날 일반에 처음 공개된 신제품 ‘켈리’는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라거(Lager) 맥주이나, 덴마크산 프리미엄 맥아를 100% 사용해 만든 점이 특징이다. 자연주의적 원료와 공법, 맛을 추구하면서 ‘올 몰트’ 형태로 만들었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이다.
2019년 출시된 테라가 지난해에만 10억병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임에도 하이트진로가 신제품을 내놓은 이유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국내 맥주시장 1위 탈환, 그리고 30년 맥주 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30일 서울 성북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맥주 브랜드 ‘켈리(Kelly)’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
간담회에 참석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2019년 필사즉생의 각오로 테라를 출시한 뒤 저를 포함한 하이트진로 임직원 모두가 테라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운을 뗐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그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모두가 피해 가지 못한 코로나19와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로 우리가 목표했던 국내 맥주시장 1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또 한 번 혁신적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변즉생 정즉사(변화와 혁신을 하면 살고, 멈추거나 안주하면 죽는다)의 각오로 안주하지 않겠다”며 “(켈리로) 맥주시장에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소주에 이어 맥주 부문에서도 국내 시장 1위 탈환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하나로 국내 시장 1위를 탈환하기보다 테라가 가진 기존의 역량에 켈리의 힘을 보태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하나의 브랜드에 주력하기보다 두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모두 확보해 승부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오정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테라 론칭 기자간담회 때 우리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테라의 원칙을 비유했다”고 운을 뗐다. 단순히 맥주를 파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구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절박함을 원동력으로 삼으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오 상무는 “모든 전쟁이 그렇듯 한 번의 작전만으로 승리를 장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성공 후 또 한 번 유럽 본토로 진격한 것처럼 저희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부터 테라 다음 진격을 준비해왔다”고 소개했다.
하이트진로는 30일 서울 성북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맥주 브랜드 ‘켈리(Kelly)’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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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해 출시된 맥주 신제품만 해도 약 120개다. 수많은 브랜드의 각축장이고, 초경쟁 시장”이라며 “한 개의 브랜드, 한 번의 공격만으로 시장을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참이슬과 진로가 소주시장에서 펼친 ‘연합작전’을 맥주시장에서도 펼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24년이 창사 100주년인 점도 하이트진로가 ‘점유율 1위’에 사활을 거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소주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지만, 맥주시장에서는 오비맥주에 번번이 밀려 ‘만년 2위’에 그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의 ‘카스’다. 1994년 출시된 카스는 2012년부터 10년째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그 점유율이 과반일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하이트진로 테라의 경우 점유율이 15~20% 남짓일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수도권에서는 소주 ‘참이슬’과 테라를 더한 ‘테슬라’, ‘진로’와 테라를 더한 ‘테진아’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카스의 아성이 높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제무대에서조차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앰버(Amber, 호박색) 컬러 디자인과 대세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삼은 켈리가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선보인 이번 신제품은 내달 4일부터 전격 출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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