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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해결사의 배신, 전직 포르노 배우…트럼프 기소 뒤엔 막장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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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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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관계 스캔들을 둘러싼 ‘막장 드라마’가 미국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로 치달았다. 성추문 폭로로 트럼프를 저격한 주인공은 ‘트럼프의 충견’이라 불렸던 전직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비밀 유지 대가로 돈을 받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 등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0일(현지 시각)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

대니얼스의 본명은 스테파니 클리퍼드다. 고등학생 때부터 스트립 댄서로 돈을 벌기 시작해, 포르노 업계에서 20여 년간 배우·감독·각본가로 일했다. 2005년엔 코미디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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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조여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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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트럼프의 첫 만남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니얼스는 27세, 트럼프는 60세였다. 대니얼스는 2006년 7월 네바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와 처음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그를 호텔 스위트룸으로 불렀고 “당신은 특별하다. 당신을 보면 내 딸(이방카)이 떠오른다”며 유혹했다. 트럼프가 진행자였던 인기 TV쇼 ‘어프렌티스’에 출연시켜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대니얼스와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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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지난 2018년 뉴욕의 연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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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언론을 통해 트럼프와 대니얼스의 불륜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니얼스는 당시 잡지사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때 한 남성으로부터 “트럼프를 내버려두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6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대니얼스가 재차 폭로를 시도하자 코언은 그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를 건넸다.

2018년 코언과의 거래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이후 대니얼스는 방송과 소셜 미디어 등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2018년 회고록 ‘완전한 폭로’를 출간하며 전국 스트립 클럽을 순회하기도 했다. 책에는 트럼프와의 성관계에 대해 “관계는 2분 만에 끝났다” “내 생애 최악의 90초였다” 같은 적나라한 표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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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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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스에게 합의금으로 13만달러를 건넨 마이클 코언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다.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 사업가이던 시절부터 지저분한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며 ‘트럼프의 해결사’란 별명을 얻었다. 코언은 가족·친지들과 함께 트럼프 타워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트럼프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2011년 ABC 뉴스에 나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트럼프를 존경했다”면서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을 두 번 정독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트럼프와 코언의 오랜 관계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8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탈세 의혹 등으로 특검 수사가 시작된 후 코언은 압수수색을 받으며 트럼프 그룹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이 법률 자문 비용 지급을 돌연 중단하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전해졌다. 결국 위증 등의 죄로 3년형을 선고받은 코언은 이후 트럼프에게 완전히 등을 돌려 ‘트럼프의 저격수’로 변신했다. 트럼프와의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폭로에 나섰다. 불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인 캐런 맥두걸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2019년 하원 공개 청문회에 출석했을 땐 선거법 위반 혐의, 탈세 의혹 등을 낱낱이 까발리며 “트럼프는 사기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적나라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코언은 트럼프 기소가 결정된 날 CNN에 나와 “이 자식아, 화요일에 (법정에서) 보자”고 몰아세웠다. 화요일인 오는 4일은 트럼프의 법정 출두가 예고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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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이 2015년 트럼프와 함께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 /트위터


트럼프의 ‘목’을 조여 오는 또 한 명의 인물은 맥두걸로, 뉴욕 대배심은 트럼프 측이 연예 잡지사를 통해 맥두걸에게 15만달러를 건넨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두걸은 지난 2006~2007년 약 10개월 동안 트럼프와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한 잡지사가 맥두걸에게 접근해 이 사연을 15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한 후 기사를 내지 않고 입을 씻었는데, 실은 잡지사 사주가 트럼프의 측근이었으며 코언이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를 돈으로 묻은 이 사건은 저널리즘 윤리 문제로 큰 논란이 됐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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