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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방귀쟁이' 코끼리가 탄소중립에 꼭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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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 "야생동물 생태계 복원, 기후 변화 해법"

숲의 탄소 포집 능력 회복 도와

주요 9개종 복원시 "2100년까지 필요한 연간 감축량 95% 기여"

아프리카코끼리 등 야생동물을 보호ㆍ번식시키면 나무·토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더 키워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왈드 슈미츠 예일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미국 연구팀은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이같은 연구 결과가 포함된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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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야생 생태계가 멸종위기에 놓이고 있다.[사진제공=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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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기후 변화 해법을 고민할 때 야생 동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끼리는 식물을 너무 많이 먹어 치우고 방귀를 뀌어대 해가 될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예컨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영양들은 탄소 포집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양의 풀을 먹어 치우지만 배설물을 배출해 토양을 비옥화시켜 야생의 초원과 숲을 번성시킴으로써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 1900년대 초 세렝게티 초원에서 가축 전염병으로 영양 개체 수가 급감하자 숲도 허약해져 잦고 강한 산불로 초원 전체가 탄소화됐다. 이후 가축 전염병이 통제되고 영양 개체 수가 늘어나자 산불의 강도ㆍ횟수도 대폭 줄어들었고 세렝게티 초원도 숲을 되찾고 탄소 흡수력을 회복했다. 이처럼 생태계에서 야생 동물의 기능적 역할을 복원ㆍ보호하는 등 자연 상태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여태까지는 간과되어 온 기후 변화 해법 중 하나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아프리카 숲 코끼리, 미국 들소, 물고기, 회색 늑대, 사향소, 해달, 상어, 고래, 영양 등 9개의 야생 동물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을 보호하고 개체 수를 늘리면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5000억t 감축이라는 글로벌 탄소 배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연간 감축량의 95%에 해당하는 탄소 포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파리협약에서 약속된 세계 평균 온도 상승치를 산업혁명 이전 기준 섭씨 1.5도 이하로 낮추자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탄소 포집을 위한 수단으로 숲이나 식물, 토양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동물들도 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 가이아나의 열대림에서 실행된 한 실험에서 숲이 갖고 있는 탄소 저장 능력은 나무 숫자를 10그루에서 70그루로 7배 늘렸을 때 3.5~4배 증가했다. 그런데 동일한 구역에 서식하는 포유류 종의 숫자를 5종에서 35종으로 7배 늘렸더니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이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야생 동물들의 생태계를 복원ㆍ증식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를 걱정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물들도 지구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야생 동물 보호와 탄소 저장 사이에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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