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화사 방문…내주 김기현 與대표 예방
“동화사, 단순 사찰 아냐” 정치재개 해석 무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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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대구 동화사를 찾으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대구 달성군으로 사저를 옮기고 칩거한 지 약 1년 만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활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대구 동구 도학동 도화사를 찾아 약 2시간30분 동안 머물렀다.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주변에 모인 지지자 100여명이 그를 환영했고, 박 전 대통령도 웃으며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의현 큰스님, 능종 주지 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과 차담을 나누고 점심식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없었다. 다만 의현 큰스님이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 하신 게 없다. 문재인 정부는 수십명, 수십만명, 수백만명이 그냥 비선 실세”라고 하자 잠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해 보였으나, 사찰 경내를 이동할 때 차량을 이용했다. 계단 등을 걸을 때는 여러 차례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주변의 우려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답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번 박 전 대통령 생신 때 동화사 큰스님께서 축하 난을 보내시며 건강이 괜찮으시면 방문을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께서 응하셔서 오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또 “건강은 1년 전보다는 많이 좀 좋아지셨다”면서도 “평지는 쉽게 걸으시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걷기에는 불편해하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화사 방문은 지난해 3월 달성군으로 사저를 옮긴 뒤 첫 공개 외출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낸 것을 제외하면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다. 같은 달 당선인 신분으로 사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의 예방을 받은 뒤 외부 접촉도 최소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8~21일 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 행보를 재개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총선 1년 전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에 다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동화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라며 “이제 정치적으로 재개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화사는 보수 정치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윤 대통령은 대권주자 시절이던 2021년 9월과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동화사를 찾은 바 있다. 지난 3·8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나경원 전 의원이 보수 지지층 표심에 호소하러 찾은 곳도 동화사다.
지도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독실한 불교 신자인 박 전 대통령께서 초파일을 앞두고 동화사 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도 취임 이후 계속 면담을 요청했던 게 이번에 성사된 것”이라며 “정치 활동 재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하려고 한다면 중도 확장을 해야 하는 당 입장에서 달가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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