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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비참한 삶 그대로…거장 다르덴 영화 '토리와 로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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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우정의 고결함 보여주고 싶었다"

연합뉴스

토리와 로키타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왜 체류증을 안 주는 걸까, 대체 왜?"

밤거리를 걷던 로키타(졸리 음분두)가 철문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울부짖는다. 로키타의 이마에 피가 난다.

"저들은 우릴 원치 않기 때문이야."

토리(파블로 실스)가 옆에서 위로한다. 그러고는 입고 있던 하얀 티로 로키타의 피를 닦아준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거머쥔 벨기에 출신의 거장 감독 장-피에르·뤽 다르덴 형제의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유럽 사회에 뿌리를 못 내리고 표류하는 난민의 불안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27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벨기에의 한 도시에 있는 보호시설에서 살아가는 열한 살 토리와 열여섯 살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이다. 남매처럼 붙어 다니는 둘은 사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다.

토리는 체류증이 있지만, 로키타는 없다. 로키타가 체류증을 발급받으려면 당국으로부터 토리의 누나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면접 조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에 말이 막혀 번번이 실패한다.

체류증을 얻어 가사 도우미로 취업해 토리와 함께 사는 게 로키타의 소박한 꿈이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인 베팀의 지시에 따라 마약 거래를 하면서 돈을 번다. 로키타의 체류증 발급이 무산되고 베팀이 '허위 체류증을 만들어주겠다'며 한 가지 제안을 하면서 로키타는 불법과 범죄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든다.

다르덴 형제의 여느 작품과 같이 이 영화도 유럽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 주목했다. 이번에는 가장 소외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난민에게 초점을 맞췄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 '자전거를 탄 소년'(2011)을 본 사람이라면 구원의 손길을 기대할 법하지만, 토리와 로키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신(神)도 이들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 한 가닥 빛이 있다면, 그것은 토리와 로키타의 우정이다.

뤽 다르덴 감독은 이날 전주의 한 영화관에서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두 아이의 우정이 어른들의 어떤 더러움보다도 고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선보인다.

카메라는 토리와 로키타를 바싹 좇아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자아낸다. 난민의 비참한 현실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로키타가 빠져들게 된 불법 대마 재배시설도 지극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장-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대마 재배시설 세트 제작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며 "경찰서 마약반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세트로, 실제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5월 10일 개봉. 89분. 15세 이상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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