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부실차주로 신청해야 유리"…연체 부추기는 정책금융 [벼랑 끝 자영업자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영난에 자영업자 정책금융 수요 높지만
없던 연체 생겨 부실 우려 키운다는 지적도
전문가 "성실상환자에 유리하게 설계해야"


이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이 오히려 자영업자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부실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 폭탄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의 적극 지원보다는 ‘어떻게 지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맞춤형 자금 지원을 관리 과제로 삼고 80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금융지원패키지에는 희망플러스 신용대출, 새출발기금,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 같은 정책금융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수요는 큰 상황이다. 3월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금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자금 조달 목적으로 대출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자영업자 중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는 81.1%에 달했다. 조사 대상 자영업자의 47.8%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금융지원 정책으로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 시행’을 꼽기도 했다.

문제는 정책금융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안전망’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채무조정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면 부실차주의 경우 연체정보는 삭제되지만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이용했다는 공공정보는 남는다. 2년간 대출을 성실히 갚으면 이 정보도 사라지지만, 기금 신청 후 2년 동안 새로운 신용거래를 하기 힘들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새출발기금) 상담사가 금융권에서는 새출발기금을 ‘대부업’ 수준으로 봐 향후 금융사에서 대출 부동의가 나고 신용이 바닥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히려 정책금융이 자영업자의 부실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상담 과정에서 일부러 연체해 ‘부실 차주’로 신청하라”고 했다는 불만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새출발기금에서 부실우려차주는 원금조정이 지원되지 않지만, 부실 차주는 신용대출 중 보유재산가액을 넘는 순부채에 대해 심사를 거쳐 60~80% 원금조정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담이 개인 상환능력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없던 연체를 만들어 자영업자 부실 폭탄의 위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인 ‘저금리로’를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금융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 대환대상을 가계대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확대 시기가 명확하지 않고 금융위가 예시로 제시한 2000만 원의 한도 수준을 볼 때 확대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가계대출로 사업자금을 조달했다는 응답자는 90.8%에 달했다. ‘5000만~1억 원 미만’이 26.5%로 가장 많았고, ‘3000만~5000만 원’이 24.0%, 1억 원 이상이 19.7% 순이었다. 당국이 예시로 제시한 금액 수준은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에 역부족인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영난을 버티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긴 할 것”이라면서도 “소액이라도 (가계대출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빨리 시행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 등이 ‘부실’ 수준으로 가기 전, 사전에 예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대출을 더 잘 갚을수록 금리를 내려주는 식으로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투데이/유하영 기자 (haha@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