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FA 황혜인, 단편 스릴러 '홀'로 라시네프 진출
"회사 관두고 영화학교 입학…찾아 보게 되는 감독이 꿈"
영화 '홀' 황혜인 감독 |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배급사에서 제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됐다고 전화로 알려줬던 게 생각나네요. 처음엔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3번을 되물었어요."
단편 '홀'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한 황혜인 감독은 칸 초청 소식을 듣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라 시네프는 칸영화제가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단편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부문이다. 올해는 총 2천여 편의 출품작 중 16편만 초청작에 선정됐다. 황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 '홀'로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인 칸에 초대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황 감독은 "같은 학교 출신인 조성희 감독님의 팬인데, 그분이 가셨던 영화제에 나도 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떨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성희 감독은 '남매의 집'(2009)으로 같은 부문에 진출해 3등 상을 받았다. 이후 '늑대소년'(2012), '승리호'(2020) 등을 선보이며 중견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황 감독은 '홀'도 수상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기대를 안 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직 한국에서 라 시네프 1등 상을 받은 경우가 없더라고요. 먼 훗날이라도 한국 사람 중에 1등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1등을 하면 나중에 장편을 찍게 되면 칸에서 상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너무 멋진 기회잖아요."
영화 '홀' 속 한 장면 |
'홀'은 남매의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방 안에서 커다란 맨홀을 발견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로, 20분이 조금 넘는 스릴러다. 남매는 부모님이 어디 계시느냐는 사회복지사의 질문에 맨홀을 가리킨다. 그리곤 이 맨홀로 들어가달라고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한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음산한 분위기는 강력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라 시네프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인 디미트라 카르야는 이 작품에 대해 "매우 잘 연출되고 절제된, 설득력 있는 스릴러"라며 "미국의 호러 소설가 러브크래프트의 기묘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떠올랐다"고 평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거창한 의미나 의도를 가지고 출발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보다는 샛길로 가고, 갑자기 걸려서 멈추는 듯한 전개를 좋아한다"며 "'홀' 역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지 모른 채로 한 문장씩 써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일단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향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 아이들이 있을지, 어른이 있을지, 아무도 없을지 정해 놓지 않았어요. 문 뒤에 뭐가 있으면 제일 당황스러울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게 '구멍'이었어요. 그리곤 제일 난감하고 당황하는 순간이 뭘까 고민하며 조금씩 이야기를 덧붙였죠."
영화 '홀' 속 한 장면 |
학창 시절부터 이야기를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는 황 감독은 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처음에는 어떤 감독을 좋아하느냐는 선배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큰 관심이 없었지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가 좋아졌다"고 했다.
결국 대학 졸업 후 2∼3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KAFA에 입학했다고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장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작은 꿈과 영화감독으로서의 포부도 생겼다.
"저는 좋아하는 작품이나 감독이 생기면, 꼭 그 사람의 예전 단편을 다 찾아보곤 해요. 현장 사진도 몇 장 없고 그때를 담은 글 같은 자료도 귀하지만 온라인을 다 뒤져가며 애써 찾아봐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감독이 되고 싶어요. '홀'이 나중엔 뒤져서 찾아보게 되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홀' 황혜인 감독 |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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