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영양·미각·철학 3박자 갖춘 사찰음식의 재발견 "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찰음식은 육식이나 술, 자극적이고 기름진 것처럼 몸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먹으면 심신도 악영향을 받기 쉽다는 철학 하에 이를 철저히 배제하는 식단으로 꾸려 낸다. 음식을 통해 몸이 정화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평안과 깨달음을 추구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요즘 젊은층에게 다이어트란 스키니한 몸매 그 자체라기보다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온전한 방식으로 삶의 습관을 바꾸는 데 집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체형과 체질의 변화를 추구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꾸준히 주목 받는 것 중 하나가 ‘사찰음식’이다. 체중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채식 기반에 자극적인 향신료를 배제하고 육류보다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는 등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레서피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음식의 철학과 건강 효과를 알아 봤다.

▶음식을 통한 정화와 성찰…미슐랭 스타셰프도 매료=사찰음식은 자급자족을 중시했던 대승불교(大乘佛敎)에 뿌리를 둔다. 불교가 수입된 중국에서 탁발(인도 문화권에서 수행자들이 공덕을 나눠 주는 성스러운 행동의 일환으로 남에게 음식을 빌어먹는 행위)이 구걸로 여겨지며 승려들이 직접 밭을 갈고 음식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사찰에서는 재료를 재배하는 일부터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을 수행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 법당의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준비하듯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나누어 먹는 것, 그러므로 수행 정신을 계승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 진정한 사찰음식이라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육식이나 술, 자극적이고 기름진 것처럼 몸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먹으면 심신도 악영향을 받기 쉽다는 철학 하에 이를 철저히 배제하는 식단으로 꾸려 낸다. 음식을 통해 몸이 정화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평안과 깨달음을 추구한다. 비건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건강을 넘어 자연환경과의 조화도 꾀할 수 있다.

사찰음식의 가치와 철학은 내로라하는 세계의 유명 셰프들도 매료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3대 마스터 셰프이자 미슐랭 스타셰프인 에릭 브리파드는 최근 백양사 천진암, 진관사 등을 찾아 사찰음식 명장 스님들에게 음식을 배우고 철학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제철 식재료와 천연 양념의 조화…복부 비만 해소에 도움=담백한 사찰음식을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천연 양념에 있다.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검은콩 가루, 계핏가루, 들깻가루, 솔잎 가루 등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풍성하고 깊은 맛을 낸다. 정제된 설탕과 소금 대신 짠맛은 죽염이나 간수 뺀 천일염을 볶아서 내고 달콤한 맛은 과일처럼 단맛이 나는 재료를 활용한다.

글로벌365mc인천병원 안재현 대표병원장은 “식욕을 자극하는 강한 양념이 배제되면 위장 자극을 줄이고 음식에 대한 욕구도 다스릴 수 있다”며 “사찰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저염·저당 식사를 실천할 수 있으며 재료 본연의 맛을 발견하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알아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찰음식은 다양한 맛을 품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통해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 대표적인 예가 제철에 맛볼 수 있는 나물이다. 참기름을 둘러 슴슴하게 무쳐낸 제철 나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터가 겪기 쉬운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안재현 대표병원장은 “채소 위주의 사찰음식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영양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는 자연주의 음식”이라며 “스님들처럼 100% 비건 식탁을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찰음식 조리법의 지혜를 응용한다면 복부비만 해소 등 건강·몸매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주의 식단도 중요하지만 식사량 조절이 우선돼야=사찰음식은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자연 형태의 식재를 선호한다. 정제된 백미보다 현미에 다양한 잡곡을 더하는 식이다. 야채나 나물은 뿌리까지 활용한다.

순수 채식이면서도 식물성 식품의 다양한 배합과 조리, 가공을 통해 영양의 균형을 추구한다. 콩을 활용해 다이어터의 베프 격인 단백질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된장찌개, 콩조림, 두부구이 등은 식물성 단백질을 가득 담고 있고 양질의 지방은 잣, 땅콩 같은 견과류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안 대표병원장은 “콩을 통한 단백질 섭취, 식물성 기름을 통한 불포화 지방산 섭취, 채소를 통한 비타민·무기질·섬유소 섭취가 가능한 것이 사찰음식 식단”이라며 “저당·저염 실천,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 등 원재료 사용, 식물성 단백질 섭취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며 감량에 보다 속도를 내고 싶다면 죽 한 그릇의 아침, 건강한 점심, 1식 3찬의 가벼운 저녁을 고수하는 사찰의 식사 방식을 응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사찰음식을 가까이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찰음식 명장으로 이름난 선재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용해 아침에는 가벼운 죽을, 낮에는 딱딱한 음식을, 저녁에는 과일즙을 먹으라며 특히 과식이나 잠자기 전 음식 섭취를 금지하라고 강조한다.

안재현 대표병원장은 “다이어트를 위해 사찰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도 좋은 시도지만 몸매관리의 제1원칙은 식사량 조절”이라며 “반복적인 과식·폭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비만클리닉 등 전문가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y@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