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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AI 산업부터 키우자는 美 … EU는 저작권 앞세워 초강경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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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美상원 청문회 출석한 오픈AI CEO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AI 서비스 규제 방향성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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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상대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에 과도한 규제 경계'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AI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각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개별 기업 CEO가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주요국을 방문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미국 빅테크들이 AI 규제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데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다른 국가의 정부가 규제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를 두고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기 전에 멈추려 한다는 뜻에서 올트먼 CEO의 행보에 '휘슬 스톱 투어'라는 별칭이 붙었다.

주목할 점은 챗GPT를 필두로 한 혁신 AI 서비스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신경전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과 같은 빅테크가 없는 EU는 규제 강화 쪽에 중점을 두며 인공지능법(AI Act) 초안을 마련하고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일례로 해당 법안 초안에서 EU는 AI 개발 기업이 자사 생성형 AI 학습에 이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챗GPT의 근간이 되는 초거대 AI GPT-3.5는 웹에서 크롤링(수집)한 말뭉치인 토큰 4100억개, 추가 웹 텍스트 토큰 190억개, 책 토큰 670억개, 위키피디아 단어 30억개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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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습에 사용한 원자료 출처를 밝힌 적은 없다. 만약 EU의 새로운 AI 규제 법안이 마련된다면 오픈AI와 같은 생성형 AI업체는 데이터 출처를 밝혀야 하고, 저작권 동의가 없는 데이터를 학습했을 경우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자칫하면 소송 비용으로 파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EU는 AI Act 초안에서 '허용 불가 위험' '고위험' '제한된 위험' '최소 위험'으로 나누고 각 분류에 따라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특정 분야의 AI 기술 자체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올트먼 CEO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책을 도입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하며 유럽식 고강도 규제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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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이 같은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AI 정책 수립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지난 16일 처음으로 AI 청문회를 개최한 가운데 올트먼 CEO가 증인으로 출석해 AI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4일 올트먼 CEO를 포함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60일간 여론조사를 거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AI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EU에 비해 시장 공급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훨씬 신중한 정책 행보를 보이는 것은 'AI 패권'이라는 중요한 국가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AI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AI 서비스의 미래 위험성에 무게를 두고 서비스 출현 초기부터 지나친 규제를 앞세우면 AI 패권 경쟁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포기하는 오판을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와 관련해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가능한 한 빨리 모여 적절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NGO 주장대로) 6개월간의 개발 유예는 단순히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디스 영 레이스캐피털 파트너는 "AI 모델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좋아야 더 좋아진다"면서 "중국은 미국보다 규제가 덜해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을 중심으로 AI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는 반드시 실명을 사용해야 하고, AI를 개발하는 업체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보안평가를 실시해 당국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국가 통합을 저해하지 않도록 '핵심 사회주의 가치'가 반영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미·중 기술 전쟁의 중요한 무기로 인식하면서 서비스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콘텐츠를 관리하는 접근법이다. AI 확산으로 자칫 '핵심 사회주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실명 사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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