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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남은 건 카카오 94% 독식…타다 합법까지 4년, 혁신 망가졌다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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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주차돼 있던 타다 차량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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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 앉혔다.”

기사 포함 렌터카 ‘타다 베이직’이 불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1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 쏘카와 VCNC 법인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등 택시업계가 “타다베이직은 불법 콜택시”라며 검찰에 고발, 2019년 10월 기소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이 전 대표는 같은 글에서 혁신 동력을 가로막은 기득권을 성토했다. 그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어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그게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라고 했다. 당시 타다 대표였던 박재욱 현 쏘카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무죄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했던 그때의 타다가 돌아오진 못 한다”며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제2의 타다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방식을 만들고자 했던 기업가의 노력이 좌절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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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左), 박재욱(右).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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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환영하지만…더 이상은 안 된다”



대법원 판결이 알려지자 벤처·스타트업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판결은 기술 발달로 앞서가는 서비스를 법이 쫓아가지 못해 기득권과 충돌할 때, 전통적 사고방식에 기반해 판단하는 게 혁신 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70개 스타트업이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성명서를 통해 “타다는 ‘불법’이란 수사기관의 낙인과 ‘타다금지법’ 시행으로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면서 ““타다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무죄인데…이미 멈춘 모빌리티 시계



타다 경영진은 2020년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국회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타다를 사실상 퇴출 시켰다. 이 법은 플랫폼 운송·가맹·중개 사업을 제도화하는 게 골자로, 국토교통부는 ‘택시 이외의 탈 것’에도 문을 열어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다 금지법 이후 시장은 택시 면허권 중심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부금 납부, 장소·시간, 운영대수 제한 등 독소 조항으로 인해 택시 이외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타다 역시 급격히 위축됐다. 택시 호출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적자에 시달렸다. 모회사인 쏘카는 2021년 10월 타다 지분과 경영권을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비바리퍼블리카)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토스가 타다의 재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혁신 사업이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정치권이 싹을 뽑아버렸다”며 “승객도 택시기사도 나아진 게 없고, 특정 사업자 독과점만 심해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가맹택시’ 업계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자로 꼽힌 마카롱택시는 경영난 끝에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우버·티맵모빌리티 합작사가 만든 우티택시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반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기준 택시 호출 시장의 94.5%, 가맹택시 시장 73.7%를 독식하고 있다. 법인택시 회사를 운영 중인 김재욱 태평운수 대표는 “현재 택시 서비스로는 차별화가 어려워 이대로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쭉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관하는 정부, 제2의 타다 또 나오나



스타트업계는 여전히 ‘타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창업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기존 구 산업의 직역 단체 이해와 충돌할 때마다 타다 베이직처럼 갈등 끝에 소멸 수순을 밟을까 걱정하는 것. 현재 비대면 의료(닥터나우)·변호사 광고(로톡)·세무 중개(삼쩜삼) 등의 각종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지만,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말하는 혁신은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기득권에 찍히고 갈등하다 결국 ‘제2의 타다’가 될 거란 트라우마가 넓게 퍼져있다”며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산업의 역동성을 위해 국회나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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