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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해외여행 일주일 데이터 사용료 10만원 육박”… 정부, 휴가철 앞두고 ‘로밍요금’ 인하 가능성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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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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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미국 뉴욕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국내 통신사 로밍 요금제 대신 현지 통신사의 유심칩을 구입하기로 했다. 사용 중인 SK텔레콤에서 로밍할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원패스 300)를 이용해도 일주일에 7만원이 들지만, 현지 통신사 유심칩은 절반 가격인 26달러(약 3만4300원)에 무제한 데이터 사용할 수 있어서다. 최씨는 “포켓 와이파이(휴대용 와이파이 접속 기계)는 저렴하지만 무겁고 로밍 요금제는 가격이 비싸다”라며 “출장 등으로 회사 지원을 받는 경우 로밍 요금제를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현지 통신사 유심칩을 사용한다”라고 했다.

4일 통신 3사에 따르면 주요 로밍 요금제 9종의 1일(24시간) 평균 이용료는 1만3530원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의 ‘원패스 300 기본형’은 1일 9900원으로 통신 3사의 로밍 요금제 가운데 가장 저렴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300메가바이트(MB)로 제한적이다. KT의 ‘하루종일ON 프리미엄’의 경우 1일 1만50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기본 데이터 제공량(5GB)을 다 사용한 후에도 최대 400kbp 속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4기가바이트(GB) 데이터 사용 후 최대 400kbp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제로 프리미엄’ 로밍 요금제를 1만3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데이터 용량(일 3~4GB)을 사용할 수 있는 포켓 와이파이는 하루 8000원 안팎으로 쓸 수 있다. 와이파이 라우터의 경우 통신 3사의 로밍 요금제 대비 30% 저렴하고 동승자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말기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현지 통신사 유심칩 사용이다.

◇중장년층 통신사 로밍 서비스 선호도 높아

해외여행객은 통신사 로밍 서비스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해외 데이터 이용 방법 비교 기획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통신사 로밍 방식이 36.1%로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은 높지만 디지털 이용에 서툰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가격은 조금 비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면서 로밍 서비스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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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해국제공항 휴대폰 로밍 신청 부스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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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로밍 요금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 3사에 로밍 요금제 인하 가능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1주일이나 열흘간 해외에 갔다고 십몇만원을 내야 하는 것은 과해 보인다”라며 “로밍 데이터 요금 문제도 검토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통신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로밍 요금을 기존 대비 최대 87% 낮췄고, 음성 로밍의 과금 단위도 분에서 초 단위로 변경한 만큼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로밍의 경우 국내 통신사가 해외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내고 통신망을 빌려 사용하는 방식인 만큼 다른 통신 서비스 대비 마진이 낮다”라며 “요금을 더 낮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정부, 장기적 관점에서 로밍 요금 인하 가능성 검토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로밍 요금제가 해외 통신사와의 협상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밍 요금제 인하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로밍 요금제의 도매대가가 공개된 적이 없는 만큼 통신사가 어느 정도 마진을 남기는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로밍 매출은 통신 3사 전체 매출의 5% 미만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로밍 매출 비중은 3% 수준에 머물렀다. 통신사들은 올해 초부터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로밍 매출이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로밍 매출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라고 했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를 제외하면 통화와 문자는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요금까지 내리라는 건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통신사의 한 임원은 “로밍 요금제는 가격을 협상하는 상대가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이하로 요금을 낮추는 게 힘들고, 현재 그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라며 “유심이나 포켓 와이파이 등 대체재가 많은데 굳이 로밍 요금을 더 낮추라고 요구해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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