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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교복 차림 정유정, 범행 직후 피해자 옷으로 갈아 입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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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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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사건 직후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고 현장을 빠져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초기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취지로 거짓으로 진술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일부 전문가가 정유정 범행 주요 동기로 분석하는 ‘피해자 신분 탈취’의도가 있었는지 향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지 관심을 끈다.



범행 흔적 남자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어



4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유정이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쯤 피해자 A씨 집을 찾아갈 땐 교복 차림이었다. 과외 앱을 통해 A씨에게 접근한 정유정은 학부모를 사칭해 “아이를 보낼 테니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한 뒤 중고 교복을 샀다. 경찰은 정유정이 대화하면서 A씨가 혼자 있는지 등을 살핀 뒤 범행했다고 본다. 그는 교복에 범행 흔적이 남게 되자 피해자 집에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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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되던 중 포토라인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와 관련,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람을 해쳐보고 싶다는 욕망에만 매몰된 나머지 살인 이후 (유기 등)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하는 등) ‘다음 단계’를 떠올릴 수 없는 상태였던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범행 부인하며 “진범 따로 있다” 거짓말



정유정은 A씨를 해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1시30분쯤 경남 양산 낙동강 변에서 시신 일부를 유기한 뒤 얼마 안가 붙잡혔다. 야심한 시각 캐리어를 들고 인적 드문 풀숲으로 내리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가 신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유정은 핏자국이 남은 캐리어와 A씨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범행을 부인하던 정유정은 피 묻은 캐리어와 신분증, 현장에서 사라진 시신 일부 등이 속속 확인되자 “해친 사람은 따로 있고, 나는 유기만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A씨 거주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정유정만 현장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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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유정은 경찰과 가족이 설득하자 지난달 31일 밤 자백했다.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가정 사정으로 아버지와 따로 살았지만, 가끔 연락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여러 차례 경찰서에 찾아와 딸을 설득하는 등 협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신병력 없는 정유정, 경찰 사이코패스 검사 진행



정유정은 고교 졸업 후 5년가량 외부와 단절되다시피 한 삶을 살았다. 정유정 휴대전화를 감정(포렌식)한 경찰은 그가 가족을 포함해 극히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교우 관계’라 할 만한 주변인을 두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정유정은 이 기간 “살인사건 등을 다룬 방송 등 범죄물에 심취한 끝에 누군가를 해쳐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정신병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경찰은 정유정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성향도 검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검사는 사이코패스인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지표를 통해 얼마나 사이코패스에 근접한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檢 수사서 ‘신분 탈취 목적’ 동기 확인될까



정유정이 많은 사람 중 왜 A씨를 범행 대상으로 골랐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정유정이 지닌 콤플렉스와 내적 결핍 등이 영향을 줬을 거라고 본다. 가령 정유정은 과외 앱에서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고, 수사 과정에서 영어 콤플렉스와 중압감을 드러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어와 학벌 등 이유로 처음엔 동경하던 A씨를 해치고, 그의 삶을 빼앗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을 수 있다. 시신을 유기했는데 신분증은 들고 있었던 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했다.

경찰은 정유정을 지난 2일 검찰로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강력범죄전담부 소속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라며 "정확한 범행동기 등 실체를 밝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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