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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치투자 대가의 월척 발굴법 낚아채기 직전 현금흐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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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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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투자할 때 투자자는 수많은 지표를 참고해 종목을 정한다. 얼마나 참신하고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투자의 성패도 갈린다. 투자 고수일수록 실전 투자에 참고하는 자신만의 지표가 있고 이를 공개하기를 꺼린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 국적에 상관없이 저평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이라는 지표가 대박주를 골라내는 방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지표를 개발한 사람은 '제2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기업 재무분석의 대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다. 그는 현금흐름·이익성장·배당지급 등을 감안한 '삼박자 투자법'을 내세웠다.

최근 1년간 다모다란 교수의 인터뷰 영상과 그가 펴낸 책들을 종합해보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CFO다. CFO는 기업 재무제표에 별도 항목으로 기재돼 있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법인세를 빼서 계산한다. 이 같은 CFO는 순이익에 비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투자자로선 예측 가능성이 높은 투자 지표다.

다모다란 교수는 이러한 기초 회계에 입각해 메타플랫폼이나 엔비디아 등 '대박주'를 찾아냈다. 모두 매수 시점에는 투자 세계에서 소외받던 주식이었다. 그는 엔비디아에 2017년부터 투자하다가 지난 5월 말 이후 절반가량을 매도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이름값을 더 높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6년 만에 실현한 수익률이 1429%에 달한다. 메타의 경우 올 들어서만 주가가 2배 올랐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와 다모다란 교수 모두 가치 투자의 대가이지만 구체적인 실제 투자 기법은 밝히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모다란 교수는 워낙 인터뷰나 강연을 많이 다니다 보니 뜻하지 않은 '말실수'를 했다. 엔비디아를 얘기하면서 '투자 시점 직전 4개년 현금흐름을 통해 매수 대상을 찾는다'는 핵심 기법을 자신도 모르게 소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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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메타·엔비디아 발굴한 다모다란 교수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엔비디아 CFO는 16억7200만달러였다. 다모다란 교수가 투자한 시점으로 추정되는 2017년 1월 말 시가총액이 653억8550만달러로, CFO 대비 시총(PCR)이 39.1배였다. PCR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인데, 엔비디아는 당시에도 그리 저평가된 주식이 아니었다.

가치투자자를 사로잡은 것은 2013~2015년 CFO다. 이 기간 8억3500만달러에서 9억600만달러, 11억7500만달러로 계속 상승했다. 다모다란 교수의 핵심 투자 철학은 투자 직전 3년 연속 CFO가 올랐는지 보는 것이다. 그가 최근 엔비디아를 대거 매도한 것은 주가가 비싸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일 기준 엔비디아 PCR은 141.8배다. 그가 투자한 시점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다모다란 교수가 보유한 메타 역시 2018~2021년 3년 연속 CFO가 증가했다. 2021년 말 PCR은 고작 6.2배였다. 그는 이때 투자에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메타로 바꿨지만 가상현실(VR) 관련 기기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다모다란 교수는 회사의 현금흐름에 주목한 것이다. PCR 기준 미국 7대 빅테크 주식 중 여전히 메타가 가장 저평가된 상태다. 6일 현재 메타의 PCR은 13.8배다.

2017년 다모다란 교수가 엔비디아 PCR 39.1배에 베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준에서 아직 살 만한 빅테크 주식은 4곳이다. 구글(17.8배) 아마존(23.7배) 애플(25.8배) 마이크로소프트(29.9배)는 30배 이하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다모다란 교수가 메타를 골랐던 것처럼 PCR이 한 자릿수인 주식에 투자하려면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된 한국 우량주로 눈을 돌려야 한다.

MLCC 추격자 삼화콘덴서, 日 무라타 주가의 절반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올해 예상 실적이 존재하는 상장사 306곳을 분석했다. 이 중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3년 연속 CFO가 증가한 곳은 21곳이다.

여기에 다모다란 교수의 두 번째 투자 철칙인 이익 성장을 적용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최종 8곳으로 좁혀졌다. 이 중 PCR이 한 자릿수인 업체는 LG유플러스(1.4배), 기아(3.7배), 삼화콘덴서(9.7배) 등 3곳이다.

삼화콘덴서는 '산업의 감초'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회사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기 위한 '댐' 역할을 하는 전자부품이다. 산업에 꼭 필요한 만큼 MLCC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무라타가 세계 1위다.

팬데믹 사태 와중에 무라타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삼성전기·삼화콘덴서 등 국내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삼화콘덴서는 국내 유일의 'MLCC 백화점'이다. 중저가부터 비싼 제품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작년부터 테슬라에 MLCC를 공급하며 '큰 고객'을 잡았다. 전기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MLCC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올해 영업이익은 338억원으로 추정되며 전년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작년(11.6%)에 이어 12%로 예상된다.

올 들어 주가가 32% 오른 무라타의 PCR은 20.4배다. 시장 1위 지배자라는 '프리미엄'을 받는 데다 일본 증시가 최근 급등한 것의 영향도 받았다. 무라타 주가는 삼화콘덴서(9.7배)보다 2배 고평가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삼화콘덴서의 배당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2019년 주당 250원에서 작년 500원으로 3년 만에 2배로 올렸다. 올해는 배당금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모다란 교수의 원칙인 현금흐름과 이익성장, 배당지급 등 3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국내 상장사다.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K의료기기' 제이시스메디칼

작년 CFO 253억원을 기록한 제이시스메디칼은 지난 2일 기준 PCR이 29배다. 현금흐름 대비 주가가 미국 빅테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미세한 주삿바늘'을 통해 피부에 직접 약물을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기를 수출한다.

골드만삭스가 지속적으로 유망 종목 리스트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이 주목하는 이유는 전체 매출의 60%를 의료기기가, 나머지 40%는 소모품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면도기 회사에 비유하면 면도기도 팔고 면도날도 판매하는 구조다. 국내에 비슷한 회사로는 클래시스가 있다. 주요 매출처가 다른데, 클래시스는 주로 브라질에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제이시스메디칼은 미국과 일본에 납품한다.

제이시스메디칼은 작년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436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새 이익 증가율은 28.1%다. 향후 이들 업체 실적의 관건은 환자 통증이다. 피부에 직접 투여하는 만큼 통증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가 과제다.

BTS 쉬어도 유망주들이 메꾸는 하이브의 저력

엔터 업종에선 하이브가 최근 '뜨거운 감자'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서 성장성만큼은 으뜸이지만 주가가 오르며 각종 악재도 함께 터지고 있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5월 초 30만원을 넘어섰다가 한 달 새 10% 이상 조정받고 있다. 하이브 직원들이 지난해 고점에서 주가를 팔아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단기 악재를 제외하고 CFO만 봤을 땐 3년 연속 상승세다. 2019년 917억원에서 작년 347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현금흐름 대비 시총은 32.4배에 달하나 현금이 계속 들어올 예정이어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69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대비 13.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약점은 BTS 군 복무 이후 공백이었다. 이 같은 우려를 '세븐틴'이 메꾸고 있다. 10집 음반 앨범 'FML'이 발매 당일 300만장이 팔렸는데 전 세계 유일의 기록이라고 알려졌다. 6인조 남성 그룹 '보이넥스트도어'까지 하이브 현금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이브는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며 돈을 번다. 팬이 선호하는 가수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데 갈수록 가입자가 늘고 있다. 하이브가 올해 주목받는 것은 역대급 실적에 따라 첫 배당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하이브의 주당 예상 배당금으로 1465원을 제시하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기업이 주요 수익 창출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말한다. 통상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법인세를 빼서 계산한다. 기업이 외부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고 빚을 갚거나 영업 능력을 유지하고, 배당이나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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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는 상장사 가치평가의 대가다. 미국 UCLA 경영학 박사 출신인 그는 현금흐름, 이익성장, 배당지급 등 3대 요소로 기업을 분석한다. 1994년 비즈니스위크의 미국 최우수 경영대학원 교수 12명에 선정됐다. 현금흐름으로 저평가된 엔비디아에 2017년부터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같은 기준으로 작년부터 메타플랫폼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론과 투자 성적이 모두 뛰어나 월가 투자은행들도 그의 가치평가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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