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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전현희 감사보고서' 전격 공개로 '표적감사' 의혹은 가라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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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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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회가 지난 1일 심야 격론 끝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한 지 8일 만인 9일 감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전 위원장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신속히 공개했다는 후문이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과 관련해 모두 13건의 제보 사항을 따져 보았다. 감사결과 이 중 6건의 의혹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상습지각 등 근무시간 미 준수 의혹,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에 대한 유권해석 부당처리 의혹, 갑질 직원을 위한 탄원서 제출에 따른 부적절한 처신,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사건 부당처리, 경력직원 부당채용 의혹, 고충민원처리 부당처리 의혹 등이다.

감사원은 이 중 4가지 사안에 대해 '기관 주의'를 내렸다. 물론 '기관 주의'에 기관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감사원은 특히 전 위원장 오찬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고 728만원의 출장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는 수행비서에 대해 해임할 것을 전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경력 채용 업무에서 배점 한도를 초과한 사례에 대해서 담당 직원에게 주의를 촉구하도록 요구했고, 권익위가 전남 진도군 가사도 주민의 고충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등의 정당한 업무 처리를 '절차 상 하자'가 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기관 등에서 이미 조사 확정한 사실 관계와 판단 근거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시기 바란다"고,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 개인에 오로지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은 직원 대상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된 권익위 국장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사항 한 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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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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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갑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권익위원장은 갑질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감사원은 쟁점이 됐던 나머지 사안의 경우 전 위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하며 감사 보고서에 명기했지만 별도의 처분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먼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대해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내리고, 대응을 해나가는 과정에 대해서이다.

감사원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유권해석에 대한 결론 도출과정에 관여했는데도 유권해석이 실무진들의 판단인 것으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고 적시했다.

전 위원장이 당시 담당 국장에게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직무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이 나가면 되겠느냐?",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서 답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실무진이 법무부와 대검에 질의하는 절차를 거쳐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유권 해석의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권익위가 이후 해당 유권해석에 대해 '담당 실무진의 전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는 보도 자료를 작성·배포했다는 사실도 보고서에는 명기됐다.

감사원은 "권익위 실무진들이 수행비서로부터 받은 파일명에 '위원장님 작성'이라고 되어있어 (실무진은) 별도로 내용 수정을 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런 사실의 명시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처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기관의 보도 자료를 작성·배포하는 것은 그 형식이나 내용 등을 정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인 만큼, "유권해석 보도 자료를 작성·배포한 행위가 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사안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 위원장을 허위 보도자료 작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으나, "수사요청 내용은 원래 감사보고서에 적지 않는다"며, 해당 내용을 보고서에 담지는 않았다.

감사원은 또 전 위원장의 상습지각 의혹과 관련해 취임 직후인 2020년 7월부터 작년 7월까지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분류된 89일 중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한 날이 83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세종 청사로 출근한 날 10일 중 9일은 지각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관장의 경우에는 근무지와 출장지의 구분 및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전 위원장 근무시간 점검 결과는 실태를 보고서에 그대로 기재하되, 별도로 처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나머지 △법률사무소 차명 운영 의혹 △관사 수도요금 부당 집행 △ 예산으로 구입한 한복 사적 이용 △유명인사 청탁금지법 신고사건 처리 부당 지연 등 7건은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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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 감사 관련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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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전 위원장에게 별도 처분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감사 보고서에 명기한 데는 "국민들에게 알려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뜻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해 8월 본 감사에 착수한 뒤 두 차례 감시 기간을 연장하며 심혈을 기울인 감사결과 치고는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 처분을 요구할 정도의 부당 행위를 밝히지 못한 만큼 '감사 실패'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현희 위원장은 이런 감사보고서 공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감사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감사위원회가 불문, 즉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한 사안을 사무처가 보고서에 담는다면 허위공문서, 무고에 해당 한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가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제보를 받아서 진행한 감사를 다 표적감사라고 한다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보고서에 주석을 달아 "비리 첩보, 정보나 시급성 등에 따라 감사 착수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개별 공직감찰 사항은 미리 감사 사항을 특정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감사원장의 결재를 받아 우선 감사를 실시한 후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감사결과를 확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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