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자격 미달 기업에 구단 넘긴 것 아닌가
김희옥 KBL 총재는 검사 출신...사태 해결 능력 물음표
데이원은 이에 대해 “작년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난으로 자금 문제가 시작됐다. 운영비 마련을 위해 노력했으나 버거웠다. 실패를 인정한다”며 “감독·선수에게 죄송하며,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돈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양 데이원 농구단 주장 김강선이 1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KBL(프로농구연맹)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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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원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해 작년 8월 공식 창단식을 가졌다. 허재(58) 전 KCC 감독이 경기 부문 대표, 캐롯손해보험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다. 당시에도 ‘재정적으로 탄탄한 것 맞느냐’는 의문이 일었지만 데이원 측은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데이원은 자생 능력이 없었다. 모기업에 의존해야 하는데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이 악화되면서 지난 1월부터 직원, 3월부터 선수단에 임금을 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체불액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원은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15억원)도 내지 않다가 뒤늦게 5억원을 지연 납부하고, 나머지 10억원은 지난 3월에 겨우 마련했다. 당시 캐롯 이름으로 활동하던 데이원은 정규리그에서 선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했는데 KBL이 특별회비 잔여금 10억원을 안 내면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하자 플레이오프를 이틀 앞두고 뒤늦게 냈다. 그럼에도 구단과 협력업체 직원과 선수 임금은 계속 주지 못했다. 캐롯 선수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이기고, 준결승까지 나아간 바 있다.
데이원은 지난 시즌 고양 캐롯 점퍼스라는 팀명을 사용했다. 그런데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이 구단 운영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일자 4년짜리 계약을 1년 만에 해지했다. 그것도 시즌 도중이었다. 그러자 KBL은 “시즌 도중엔 한 팀 이름으로 가야 한다”면서 팀 이름 변경을 불허했다. 결국 캐롯은 스폰서도 아닌 팀 이름을 유니폼에 달고 남은 경기를 뛰었다. 팀 이름 변경은 지난 5월에 이뤄졌다. 시작할 땐 팀 이름이 캐롯이었는데 끝날 때는 데이원으로 바뀌는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19일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SKT 에이닷 프로농구 2022-2023 KBL 플레이오프 4차전 고양 캐롯 점퍼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89대61로 패하며 시즌을 마무리 한 캐롯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4.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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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끝나고 지난달 말 KBL 이사회는 데이원에 “6월 15일까지 각종 부채를 갚고, 향후 구단 운영 방안을 제시하라”고 통보했다. 팀 주장 김강선을 비롯한 데이원 선수들은 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월급이 밀려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데이원이 애초부터 프로농구에 참여하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원래 1969년 세림개발산업이 모체다. 중간에 진로그룹으로 넘어가 이름이 JR종합건설이 됐다가, 대우조선해양(옛 대우중공업)이 인수해 사명을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그러다 중국 IT업체 샤오미 한국 판매 총판으로 알려진 한국테크놀로지가 다시 사들였는데 옛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셈이다.
이 회사 김모(51) 회장은 지난 2017년 대한카누연맹 회장에 취임하면서 스포츠계에 발을 들였다. 2021년엔 대한컬링연맹 회장으로 당선되고 이후 남자 프로농구단까지 손을 뻗었다. 2022년 동계올림픽 때는 부단장도 맡았다. 체육계에서 전방위로 활동했지만 이력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아버지는 과거 제주도에서 여러 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미 데이원 농구단 사태 이전에도 지난해 9월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란 이름으로 골프대회를 열기로 했다가 개막 9일을 앞두고 골프장 사용료와 보증금 등을 내지 못해 대회를 취소하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현재 자본 잠식 상태고 김 회장은 지난 3월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KBL은 부산시가 구단 유치 의사를 밝힌 점을 감안해 새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은 일단 팀 소속을 유지하지만, 적절한 인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달 21일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있게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한다는 게 KBL 방침이다. 이 경우 다음 시즌은 9개 구단 체제로 변경된다. KBL은 허재와 박노하 데이원 공동대표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행정적·법률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하지만 KBL 역시 부실한 기업에 농구단 창단을 허가해줬다는 부분에선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 KBL 총재는 김희옥(75) 전 헌법재판관. 2021년 취임했다. 대전지검장과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KBL은 데이원 선수 계약이 5월31일자로 끝남에 따라 6월1일을 기준으로 이후 임금을 KBL이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적절한 방법으로 돌여받기로 했다. 동시에 선수와 직원들에게 긴급생활자금도 빌려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임금 체불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선수나 직원 등은 이를 돌려 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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