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북한 상대 첫 소송 제기…쟁점들 살펴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영세 "북한의 불법행위에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미"
재판 진행 여부 불투명, 승소해도 '손해배상금' 받기 어려워


더팩트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4일 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2020년 6월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대 군 관측 장비에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이 담겨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실효성 논란이 일지만, 정부는 그보다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를 보이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받기는 어렵지만, 승소 판결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해배상) 액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 외에 (승소에) 어려움은 전혀 없다"며 소송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채권이 소멸하지 않도록 확보하고 언젠가 집행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 북미 관계를 주도하려고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조작·지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아무 조치를 안 하는 것은 북한의 잘못된 태도를 용인하는 것이고 북한의 가스라이팅에 우리 사회가 넘어가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일부 시기에 '정상회담 뒷돈' 이야기도 있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북한과 대화하려고 뭘 보냈느니 말았느니 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이런 식의 굴종적, 비상식적 대화·관여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3년 전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44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고, 원고는 대한민국,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연락사무소 건물은 2007년 준공돼 남북 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됐다. 지난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이를 리모델링해 그해 9월부터 연락사무소로 사용됐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협상이 결렬되자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2020년 6월 16일 건물을 폭파했다.

더팩트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손해배상청구권 시효 중단 조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첫 소송인 만큼 여러 쟁점이 있다. 먼저 소송이 성립할지 여부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1992년 남북 합의서에서는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돼 있다. 또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북한에 소장이 전달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안은 간단하다. 손해가 있으면 배상하는 것"이라며 "여러 쟁점이 있다. 북한이 국가냐는 것도 문제고, 관할권이 있는지도 문제다. 관할권이 없으면 판사가 판결할 수 없다"고 했다.

승소하더라도 실제 손해배상금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승소해도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가 관리하는 북한의 부동산, 채권 등이 있어야 가압류 등을 하는데 지금 우리가 가진 북한의 채권, 동산, 부동산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3년이 되는 16일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통일부도 "소송 제기의 목적이 손해배상을 당장 받는 것보다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말한 '소송의 상징성'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며,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 총장은 "남한은 법치국가, 북한은 파괴국가.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면 반드시 법의 잣대로 심판한다는 그런 상징성이 있다.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 보여주는 메시지도 된다"면서도 "국가 내의 법률과 국가 관계는 다르다. 특히 남북 관계는 일반적인 국가 관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인데 이런 상태에서 상징성만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법치국가로 이전의 정부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효과는 있다. 결국 내치의 연장"이라며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이전 정부를 겨냥해 결국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북 강경 기조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시그널"이라며 "남북 관계가 더 악화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이보다는 핵·미사일 문제에서의 한미일 공조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국내에서 진행 중인 과거사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민사상 손해배상의 소멸시효 3년을 적용한다면 수십 년 전에 일어난 과거사 문제에서도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우리 정부는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재판에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강제동원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한다.

다만 이에 대해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과거사 사건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 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서 "우리 법원에서는 과거사 재판에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권리 남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p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