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 종류·규모·지역별 임금 격차 방치
업종별 차등적용법 3년 가까이 국회 계류 중
최근 지역별 차등적용법 발의, 아직 미상정
2005년 법 개정, 차등 적용 ‘재량규정’
사실상 최금위 권한, 공익위원 ‘일률 적용’에 무게
21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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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최저임금을 업종별 등으로 차등(구분)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3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사업의 종류·규모·지역별로 임금 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사업체별로 ‘임금지불능력 차이’가 벌어지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내년 최저임금도 업종별 구분 없이 동일금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이 ‘의무규정’이 아닌 ‘재량규정’이기 때문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될 때 업종별 차등적용 규정이 포함됐다. 당시 조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도록 규정했다. 1988년에는 업종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정했다.
하지만 2005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한다’라는 의무규정이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라는 재량규정으로 개정됐다. 이후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된 적은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 체계를 유지해오면서 업종별 임금격차의 심화 문제와 업종별 임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임금지불능력 격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 임금실태 등 분석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기업 규모별 최저임금미만율을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는 0.9%에 불과하지만 1∼4인 기업의 경우는 9.5%에 달했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응해 업종별 차등 적용으로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로 주요 5개국(G5)의 평균인 11.1%의 4배 수준이다.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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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1대 국회에서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현 기획재정부 장관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업종별 차등적용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계류 중이다.
최근에는 지역별 임금 수준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와 울산시의 임금수준(100%)을 기준으로 충북은 82%, 강원·대구는 75%, 제주 71%로, 수도권이나 대기업이 조업 중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임금수준이 2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업종별 차등적용에 더해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아직 환노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결정하는 권한은 사실상 최임위가 행사하고 있다. 전날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이 부결된 이유는 공익위원들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노동계의 강력 반대로 최임위가 파행될 것을 우려해 공익위원들 중 다수가 부결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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