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환자 생각만으로 걷는 BCI 기술 진화
AI 기술과 함께 상상 못할 미래 만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작동하는 외골격 로봇을 개발해 생각만으로 걸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사진출처=K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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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I 기술이란?
2014년 조니 뎁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트랜센던스’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모든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가 배경이다. 먼 미래를 다룬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2020년 12월 펴낸 자료를 보면 뇌와 컴퓨터(로봇·기계 등)를 연결하는 BCI 기술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뇌의 신호를 획득하는 것인데, 뇌에 칩을 심는 침습적 방식과 머리에 뇌전도 측정장치(EEG)를 착용하거나 기능성자기공명촬영장치(fMRI)를 사용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구분한다. 침습적 방식은 정확도가 높지만 위험하고 아직까지는 장치 수명에 제한이 있다. 수술을 해야 하고 염증이 우려되며, 부식되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 반면 비침습적 방식은 해롭지 않고 손쉽게 교체가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뇌 신호 포착과 분석, 활용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촉각을 담당하는 두정엽, 시각을 맡은 후두엽, 청각·언어 기능에서 활성화하는 측두엽, 운동·발성·문제해결·감정·복잡한 사고 등과 관련된 전두엽 등 4개 영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신호를 주고 받는다. 아직까지 뇌의 작동 원리나 정확한 메커니즘이 모두 밝혀져 있지는 않다. 현재 BCI 기술에 사용되는 뇌 신호 측정은 주로 대뇌피질에서 측정되는 것들이며, 최근에서야 피질하영역(Subcortex)이나 뇌간(Braintem)에서 신호를 측정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 활성화 영역. 그림출처=국가과학기술연구원(N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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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뇌 신호를 정확히 수신해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무려 870억개의 뇌 신경 세포가 각각 1000개가 넘는 시냅스를 통해 주고받는 신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게다가 눈 깜박임(Eye-blinking), 호흡, 심장박동 등 잡음도 상당히 섞여 있다. 세번째는 뇌 신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특정 뇌파가 어떤 동작을 할 때 생기는지 연결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근 들어 특히 AI 및 딥러닝 기술의 발달로 뇌 신호를 데이터화해 ‘번역’하는 R&D가 활발하다. 단순히 걷기나 물 마시기 등의 동작 명령을 해석하는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있는 참가자의 뇌를 fMRI로 촬영해 시간대별 뇌 활동의 변화를 데이터화한 다음, 이를 AI로 분석해 참가자가 본 영상을 재현하는가 하면, 생각을 포착해 문장화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네 번째는 이 같은 신호들을 통해 의미·의도를 파악한 후 이대로 외부 장치를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뇌 신호를 인간이 컴퓨터, 로봇 등 기계에 보내는 명령어로 바꿔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전신 마비 환자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로봇팔을 작동시키거나 문장을 만들어 말을 하도록 하거나, 외골격 로봇을 입힌 후 뇌파를 통해 조종해 걷도록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BCI 기술이 가져올 놀라운 미래
이처럼 BCI 기술은 일단 전신마비 등 장애 환자들의 재활과 같은 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척수 손상, 뇌성 마비 등으로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외골격 로봇을 움직여 활동할 수 있게 되고 글자를 입력하거나 스마트폰·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게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등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도 BCI 기술이 도입되면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업로드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영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인간·컴퓨터 간 소통 속도를 5배 이상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인간 사이에 초능력의 일종인 텔레파시가 가능해진다. 즉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접속해 메시지나 느낌, 생각을 먼 거리의 상대방에게 전달해 의사소통하는 만화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복잡한 장치를 이용해야 하고 ‘감’이 떨어져 아직은 거리가 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이 일상화해 업무·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원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이용한 외골격 로봇을 입고 생각만으로 걷는 장치를 실험하고 있다. 사진출처=KIS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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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의학 분야에선 놀라운 ‘기적’을 선도하고 있다.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스위스연방공대(EPFL) 연구팀은 최근 BCI 기술을 활용해 ‘예수의 기적’을 방불케 하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지난 1일자에 이 연구팀이 척수 손상으로 보행 능력을 상실한 환자들을 상대로 뇌·척수 인터페이스(BSI) 기술을 연구하다가 해당 환자가 스스로 보행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한 참가자에게 1년 동안 보행 능력을 담당한 뇌 부위에 칩을 심고 다리 근육을 조절하는 척수와 연결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BSI 시스템을 착용시킨 후 집에서 혼자 사용하도록 내버려 두고 관찰했다. 이 참여자는 일어서서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심지어 복잡한 지형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혼자 열심히 BSI 시스템을 이용해 걷는 훈련을 하던 중 ‘기적’이 발생했다. 어느 날 BSI 장치가 꺼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홀로 자연스럽게 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획득한 것이다. 연구팀은 "디지털 브리지(BSI)가 장애 이후 (망가진) 동작 조종 능력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데 틀을 마련해 줬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뭘 하려는 걸까?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뇌 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사는 지난달 말 미 식품의약청(FDA)로부터 BCI 칩 이식 임상실험을 허가받았다. 뉴럴링크사가 개발한 BCI 칩 기술은 가느다란 실 형태의 전극을 뇌의 곳곳에 1000여개나 심어 기존(250여개)보다 훨씬 더 많은 뇌 신호를 더욱 정밀하게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도록 독자적인 수술 로봇을 개발했으며, FDA의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해 상업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뉴럴링크사는 이 같은 기술로 BCI 칩 이식자의 의도·감정·생각을 파악해 동작화하는 것은 물론, 약한 전기 자극을 통해 뇌·척수·시각 등 신경 마비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뉴럴링크사는 단기적으로 이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한편, 뇌 자극을 통한 기능 강화·기억 저장 등 적용 범위를 점점 넓혀 보편화·일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럴링크사가 제작한 BCI 장비. 사진출처=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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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장은 BCI 기술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마치 라식 수술처럼 가볍게 자신의 뇌를 관리·유지·보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BCI 기술이 상용화하면 현재 기술적 한계가 명확해 도입이 제한적인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이 보편화해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며 "수술이 필요한 칩 인식 등 침습적 방식보다는 장비 착용이나 두개골 칩 이식 등 보다 비침습적인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되고 AI 기술이 뒷받침해줄 경우 일반 사람들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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