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 vs “국정농단”… ‘정쟁터널’에 갇힌 양평고속道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권 ‘강대강 대치’ 지속

與 “野가 괴담 만들어 헛발질”

일각서 제기된 주민투표설엔

“당정서 논의한 바 없다” 일축

野 “아무 설명 없이 종점 변경

권력형 비리 의혹 전형” 비판

“탄핵 사유 될 수 있다” 주장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가 선언된 지 나흘째가 됐지만 정치권은 극한 정쟁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상경 투쟁에 이어 군민 서명운동에 나섰고, 여당 내부에선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엇박자만 드러났다. 야당도 군민과 수도권 주민들의 편익보다는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미길에 오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0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평 고속도로 계획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똥볼을 찬 것”이라며 “가짜뉴스, 괴담을 만들어 헛발질을 하다 군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탈출구가 필요한 쪽은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양평 군민, 수도권 주민의 오랜 숙원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느닷없이 정쟁의 대상이 돼 중단된 것에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민주당의 마구잡이식 선동정치, 음모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몰아쳤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의 당초 고속도로 종점인 옥천면 인근에 1만㎡ 규모 토지를 보유한 문제를 두고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민주당이 원안을 고집하는 것은 전 양평군수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전직 양평군수의 셀프 특혜 의혹부터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한 언론은 여당 지도부의 말을 인용해 주민투표 방안이 당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관련 규정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성급한 대책으로 보인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속도로 건설은 정부(국토교통부)의 권한·사무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평군청도 당초 주민투표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이 같은 조항을 인식해 우선 군민 서명운동을 통한 여론전을 펼치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된 주민투표 등 출구전략에 대해 “당이나 정부에서 주민투표 관련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군단위에서 주민투표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노선을 결정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고위 회의서도 지도부는 주민투표 등 출구전략 대신 민주당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을 우선한 뒤 전문가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평군민들은 이날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예정지 변경 의혹을 ‘국정농단’이라 규정하면서 정쟁화에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고속도로와는 무관한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탄핵’을 언급하며 공세를 높였다.

세계일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많은 국정농단 사례들을 봐 왔지만, 9조원대 국책사업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옮기는 것은 처음 봤다”며 “이런 게 국정농단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15년을 기다린 양평군민과 하남시민, 그리고 그 길을 이용한 많은 국민은 문제가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아무리 백지화 소동을 벌여도 본질은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라는 사실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을 선언하기 바란다”며 “더 이상 사회적 비용을 우리가 치를 이유가 없다.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 소속인 김두관 의원과 시민단체 촛불행동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과 관련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바로 서명운동 등 적극적인 국민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로서 명백한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정치권은 지금 바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병욱·최우석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