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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불면 부르는 불변의 법칙…'꿀잠'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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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수면, 100년간 1시간 줄어

디지털-글로벌화로 날로 수면의 질 후퇴

삶의질 후퇴-질병, 사망 원인 되기도

개인별 특성 잘 파악해 지켜야

"수면 방해 요소 최대한 멀리해라"

한여름, 높은 습도와 열대야는 ‘꿀잠’의 최대 적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등으로 점점 더 적게 자면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별 패턴을 잘 파악해 지키고 수면에 방해될 요소는 최대한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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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잘 못잔다

수면의 질은 건강, 주의력·기억력 , 감정 조절, 업무 성과, 질병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현대인의 수면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17년 한 연구에선 1905년에서 2008년까지 20개 국가 69만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1시간 이상 수면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기준 미국 성인의 3분의 1가량이 1일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일본·러시아·핀란드·독일·벨기에·호주 등 7개국의 성인들은 1960~2000년대까지 40여년간 매년 수면 시간이 0.1~0.6분씩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디지털화·세계화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보다는 일상 활동을 더 오래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TV 시청이나 컴퓨터·노트북,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으로 수면에 큰 방해를 받는다. 직장인들은 근무 시간이 길고 밤낮없이 일하느라 더욱 더 편안한 잠을 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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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의 핵심 ‘서파 수면’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을까. 수면은 과거 죽음과 비슷한 상태로 여겨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1929년 독일 정신과 의사였던 한스 버거가 당시만 해도 최신 기술이었던 뇌파검사(EEG)로 수면 도중 발생하는 뇌파의 특정 패턴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 대상이 됐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수면이 대체로 두 개의 종류로 나뉜다고 보고 있다.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렘(REM) 수면 상태와 비렘수면 상태로 구분한다. 비렘수면 상태는 뇌파 패턴에 따라 N1, N2, N3 등 3단계로 나뉜다. 보통 사람들이 잠을 잘 때 렘수면-N1-N2-N3 등의 단계가 약 90~100분 주기로 반복되는데, 매일 밤 4~6회 정도 순환하게 된다.

사람의 뇌는 깨어 있을 때 많은 뇌세포들이 활성화된 상태여서 고주파가 복잡하게 나타난다. 막 잠이 들기 시작했을 때나 N1 상태에서는 뇌파의 패턴이 저주파인 ‘세타(theta)’ 상태로 변하며 약 1~10분간 지속된다. 이후 N2 상태에선 체온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된다. 뇌파도 느려지면서 간헐적 짧은 파동만 가끔 발생한다. 이 단계는 대체로 첫 번째 수면 사이클에선 10~25분 정도 지속되며, 오래 잘 수록 길어진다. 결과적으로 매일 수면 시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다음 단계인 N3 수면 상태에서는 서파 수면(slow-wave sleep), 즉 델타파라고 불리는 느리고 진폭이 큰 파장이 발생한다. 정상 수면 시간의 약 4분의 1인 1사이클당 20~40분가량 발생한다. 이 서파 수면이 이른바 ‘꿀잠’의 핵심이다. 마크 우 미국 존스홉킨스대 신경학과 교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자고 났을 때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수면의 핵심 요소가 바로 서파 수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파 수면이) 에너지 저장량을 높이고 인체 내 조직들을 수리하고 자라나게 하거나, 폐기물을 치우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며 "학습과 기억 통합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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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 상태도 인간에게 소중하다. 뇌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최고조에 달하며 꿈을 꾸게 된다. 매일 수면 시간의 4분의 1 동안에 렘수면이 발생하는데, 뇌파는 베타파(beta-wave)를 이룬다. 높고 낮은 주파수들이 혼합돼 있어 마치 깨어 있는 것과 같다. 밤이 깊어 갈수록 서파 수면 시간은 단축되고 렘수면 시간은 늘어난다. 감정 조절, 기억력, 창조적 문제 해결 등 인지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인류는 수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 교수는 "수면은 뇌 전체의 네트워크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인간의 주요 행위·생리 중에 아직까지 그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유일한 분야가 바로 수면"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다른 수면

수면은 매우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이다. 수면의 질은 개인이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측정되기도 하지만 지속 시간,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드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 얼마나 자주 깨느냐 등 객관적 숫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성인들은 평균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적절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떤 사람은 3시간만 자도 충분하고 다른 이들은 12~14시간 이상 자야 만족하기도 한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도 제각각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얼리 버드(early birds)형이 있는가 하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night owls)형 사람도 많다. 이는 사람마다 생체 시계(circadian clock)가 다르고 항상성(자고 싶을 때 자고 오래 자면 깨고 싶은 내부적 조절)·스트레스 등도 각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체 시계와 실제 수면이 동조화돼 있지 않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피곤해진다. 야간 노동자들이나 낮에 잠을 자는 사람들, 또는 시차 적응 중인 사람들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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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적은 최대한 멀리

수면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각성(Arousal)’ 상태다. 커피나 담배, 흥분·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각성은 잠에 빠져드는 시간을 길게 만든다. 또 수면 시간을 짧게 또는 분절 수면을 취하도록 해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빛에 노출되는 것은 사람의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배를 억제한다. 모바일 기기·TV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블루라이트 또는 에너지 절약용 전등 빛이 가장 좋지 않다. 수면의 질을 위해선 취침 시간 전에 졸거나 낮잠을 자는 대신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과도한 운동 대신 하루 30~45분 정도의 적당한 운동이 좋다. 카페인은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아데노사 호르몬이 뇌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므로 오후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요가나 명상 등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긴장을 완화해주면 수면 시간을 늘려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가벼운 수면 장애가 있다면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으면 좋다. 침대 위에 누워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거나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아 준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효과가 없다. 가족 간 갈등, 마감 임박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수면의 적이다. 인체 내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 분비량을 늘려 수면 패턴을 방해한다.

수면 부족이나 질 저하는 직장이나 가정 생활로 고스란히 옮겨져 주의력 부족 등 인지기능 저하로 인한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만성 수면 부족은 알코올 중독과 비견된다. 비만,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원인이 돼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레이 샨 중국 화중과기대 영양·역학 교수는 "수면 습관은 식습관·신체적 활동·흡연·음주 등과 같이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적게 자는 사람은 피로를 느낀 나머지 운동을 하지 않게 되고, 너무 많이 자거나 늦게 일어나면 운동할 시간이 없고 아침을 먹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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