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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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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폭발이 불러온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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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와타나베 노부유키/이규수 옮김/삼인/1만8000원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인 성노동자였다는 억지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2019년 한 논문에서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며 민간인 학살을 정당방위로 둔갑시켰다. 올해로 100주기가 되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한 그가 근거로 든 것은 당대의 신문 기사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2021년 2월 이 논문의 서평을 부탁받아 램지어 교수의 논거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책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 경험을 살려 관동대지진 직후 거리의 피난민에게 들은 소문, 철도 통신망을 통해 어설프게 전달된 정보, 군의 전언 등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마구 호외로 발행되었던 당시의 언론 상황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가짜 뉴스’가 때로는 의도치 않게, 때로는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했으며 이것이 어떻게 방치됐는지를 분석한다.

세계일보

와타나베 노부유키/이규수 옮김/삼인/1만8000원


저자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한·일 양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선행 연구들이 조선인 학살을 부추긴 기사의 상당수가 오보였음을 규명했으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신문기자로서 그동안의 무지가 부끄럽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2021년 미국 의사당 점거 사건을 통해 무책임하게 쏟아낸 가짜 뉴스가 폭력으로 이어지고,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할 수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한다.

“유언비어는 일종의 가짜 뉴스다.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도 가짜 뉴스였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응과 조치 자체가 가짜 뉴스였다. 미국의 점거 폭동 사건보다도 훨씬 더 큰 규모였고, 훨씬 광범위했으며, 그리고 훨씬 파괴적으로 일어났던 가짜 뉴스의 폭발이었다. 바로 그것이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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