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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中 첨단 칩 자립증명” 힘 못 쓴 美 제재 [화웨이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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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교란에 K-반도체에도 불똥 우려

하이닉스 “D램 탑재, 화웨이와 거래한적 없어”

헤럴드경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한 여성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


중국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칩을 탑재해 중국이 스마트폰을 넘어 방위산업·우주산업 관련 첨단 반도체까지 자체 생산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그간 중국에 가했던 미국의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미·중 갈등에 국내 반도체 기업 간 거래 없이도 해당 메모리 칩이 화웨이폰이 탑재되는 등 공급망 교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경우 결국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애꿎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8일 글로벌 반도체 분석·컨설팅 업체 테크인사이츠의 최정동 메모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화웨이폰 ‘메이트 60 프로’에 사용된 7나노 기술 수준 관련 본지 질문에 대해 “(이 칩 제작에 쓰인 회로 설계 기술이) 극자외선(EUV)이든 심자외선(DUV)이든 중국이 자체적으로 7나노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것은 중국이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에 사용될 ‘프로세서’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웨이 폰에 탑재된 칩을 제조한 중국 기업 SMIC의) 7나노의 양산 수율이 지금은 낮더라도 향후 충분히 올릴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제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품의 신뢰성(reliability)이 중요한 첨단산업 영역에서 자립가능한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7나노 칩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네덜란드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중국에 수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7나노급 기술을 중국이 구현한 것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도 ‘반전’ 이라는 반응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ASML 노광(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 장비를 쓸 수 없는 것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미국의 대중국 EUV 장비 제재 때문이다.

EUV를 장비를 못 쓸 경우 반도체 업체들은 그 이전 단계인 DUV 장비로 칩 회로를 그려야 한다. 그런데 DUV 장비를 쓸 경우 회로를 새기는 공정 횟수가 늘어나,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이 비용 위험을 떠안고 첨단 기술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SMIC의 7나노 칩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해에도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공급된 칩에서 SMIC의 7나노 공정 적용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화웨이 폰에 들어간 7나노 기술은 암호화폐 채굴 당시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논란이 된 화웨이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와 낸드플래시가 적용됐다. 이외에는 전부 중국 화크리에이트, 런신정보기술 등의 부품이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수석부사장은 이번 화웨이 폰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D램 기술이 15나노급(D1z)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술 사용은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 통제 당시 제시한 ‘18㎚ 이하 D램’을 생산하기 위한 장비 수출 금지 조치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회사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화웨이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사태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칩을 제3자나 중간 상인을 통해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공급망 교란’이란 평가다. 현재 화웨이는 올해 100만~150만개 폰을 출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SK하이닉스 메모리 칩 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의 메모리 칩이 탑재될 가능성을 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역량을 단속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 수석부사장은 “제3자를 통한 중국으로의 첨단 메모리 제품 입고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헌·이민경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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