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사이의 일” 선 그으며 관망 자세
북·러 협력 땐 대북 영향력 약화 우려
일각 “美 대중 압박 분산 효과 분석”
중국 외교부는 지난 12일과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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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현 베이징 정법대 교수는 14일 인터뷰에서 중국의 선 긋기에 대해 “양측이 중국을 우회해 회담한 것에 대한 무미건조한 논평은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북한이 러시아 카드로 중국을 자극하는 행태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김 위원장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은 스스로를 북한의 ‘큰 형’으로 여기며 북한과 러시아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러시아, 북한과 한데 묶이는 것도 미국과의 경쟁을 포함한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이 현실화하면 양국의 이른바 ‘국제 왕따’ 신세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러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평가를 받는 북한, 러시아와 너무 밀접해질 경우 유럽, 개발도상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닛케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접근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가 엿보인다”며 “한·미·일은 북·러 접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북·러 밀착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분산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중국도 북·러 밀착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할지는 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무기 거래만으로 한정해 본다면 중국에도 손해될 게 없을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북한이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 것이 중국에는 훨씬 유리한 결과”라며 “푸틴이 패배하거나, 혹은 너무 심하게 패배하면 푸틴의 몰락이 빨라질 수 있기에, 김 위원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채택에 동참했던 점을 거론하며 “푸틴이 북한제 탄약을 수입한다면 비밀리에 할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고약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완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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