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깨어나는 日]④"대전환기 맞은 日경제…韓, 저성장 대비 집중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내년 해제 예상

美·中 경제 상황·유가 등이 변수

韓, 선진국 가는 기틀 닦는 작업 중요

공동체 유지·서민층 살찌우는 정책 필요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2분기 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완화로 대면소비는 견실하며, 기업의 투자 의욕이 높다는 점에서 장기간 지속됐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은 완화될 것이다."

일본전문가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지난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중심에서 전략 투자로 일본 기업의 태도가 전환되고,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일본의 성장률은 한국의 성장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본 경제의 공급 과잉, 디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돼 왔으며, 올해 중에는 수요 초과 경제 상황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경제의 총 수요와 총 공급의 갭(Gap)이 수요 초과로 바뀌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견해다. 특히 실질임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기조 속에서 소비 확대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둔화돼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본 경제는 코로나19의 후유증을 극복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내년까지 연속적으로 1%대의 실질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5~1%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좋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일본은행(BOJ)이 지난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언제 정책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월 회의에서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에 변화를 준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고, 디플레 탈출을 확실하게, 끈기있게 하겠다는 측면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점에 대한 전망이 빨라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먼저 해제한 후 YCC 정책도 철폐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게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는 미국의 상황, 국제유가, 중국 경제회복 등의 변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4~6월의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로 20% 증가했다. 가격 인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사람의 이동과 공급망 회복으로 고가격에도 판매가 잘 되는 구조를 나타냈다. 일본 기업의 경우 과거와 달리 임금과 판매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가 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은 수익성 개선과 함께 그동안의 구조조정 일변도의 전략에서 나아가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산업계가 지체됐던 전기자동차(EV) 시프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기존 중화학공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일본 산업계가 암모니아와 수소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장치, 수송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일본의 반도체산업 재강화가 눈에 띈다. 라피더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11월에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할 계획인데, 일본에는 40nm급의 공장만 있으며, 일본이 몇 세대나 선행한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한 기술 습득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88년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50.3%로 절정기에 있었으며, 이런 잠재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지만 당시 일본 기업의 강점은 메모리 분야였으며, 로직 반도체에서 일본이 세계적인 우위성을 확보한 경험은 없다. 특히 삼성전자나 대만 TSMC의 반도체 핵심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인데, 대만에는 이와 관련한 기술자가 수천명 있지만 일본에는 장비를 비롯해 기술자가 없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방심하면 안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 반도체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고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자다. ASML 첨단 장비에도 일본의 소부장 기술이 들어간다. 라피더스 성공 여부에 논란은 있지만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가는 일본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올해를 기점으로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올해 일본 경제가 디플레에서 탈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노동력 한계로 인해 오는 2025년 이후 일본 경제는 다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노동력 인구가 2025년도에 감소세로 전환하고 성장률도 2026~2030년에는 0.4%로 0%대 성장으로 둔화될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촉진으로 취업자 수의 확대세를 유지했던 것이 점차 한계를 보이면서 외국인 노동력 비중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노동력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저성장 시대에 점차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소득 국가에서 연 3~4% 성장은 힘들다. 장기불황이라기보다는 저성장 사회에서 성장률은 떨어지지만 그것이 성숙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거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은 피해야겠지만, 이제 한국도 공동체를 유지하고 서민층을 살찌우기 위한 정책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중간 소득층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국민들이 가난해지는 측면이 있었는데 기시다 정부가 두터운 중산층을 표방하며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제 한국도 무리한 경제성장보다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기틀을 닦는 작업이 중요하다. 삶이 퍽퍽하니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것 아닌가. 인력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 평생교육이 중요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EV 등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면서 수출 포지션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중국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린 이노베이션, 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