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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는 육휴하면 폐업”…추석 앞두고 카페 사장의 한숨 [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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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도 가게·자녀 걱정 태산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꿔”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죄책감

“고용보험 기준인 제도 설계 바꿔야”

헤럴드경제

서울 시내 카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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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안효정·김영철 기자] “육아를 포기하느냐, 가게 폐업을 하냐.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양자 택일해야 하죠.”

서울에서 9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6) 씨는 올해 추석도 ‘불편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은 김씨는 4살 딸 육아와 가게 영업을 동시에 한다고 늘 걱정이 많다.

김씨는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가게가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신을 한 사장님, 부부 아니라 여자 혼자 하는 사업장은 자녀가 생기면 가게를 정리하거나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는 식으로 가게를 운영 중이다.

추석에도 김씨는 “친정 부모님,언니와 함께 딸을 공동육아를 할 것 같다”며 “가게를 직원들에게 맡기긴 했지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서 가게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육아휴직=소득 0원’인 자영업자들에게 육아휴직은 사치다. 자영업자의 육아휴직 사각지대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됐으나 마땅한 실태조사도 없는 실정이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자녀와 가게를 위해 일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헤럴드경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4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들이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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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김모(39) 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8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7살 딸을 키우면서 한번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가 자녀때문에 일을 쉰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도 김씨는 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김씨는 “자영업자 특성상 하루에 밥 먹고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서 있다 보니 퇴근할 때 체력이 고갈된다”며 “딸이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 보여주면서 신나게 설명해주고, 오늘 있었던 일, 평소 궁금했던 것 등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즐겁게 반응을 못하고 뻗어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는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 대표 직업군이나, 각종 통계에서는 빠져있다. 지난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은 한국이 44.6%였다. 소득대체율은 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해당 통계에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은 빠져, 이들을 포함할 경우에는 육아휴직 소득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소득을 기반으로 한 육아휴직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정부에서 따로 보장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은 육아휴직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소득 보전하는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모수당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독일이나 스웨덴은 고용보험이 아니고 조세를 기준으로 한 육아휴직제도가 설계돼 있고, 모든 부모가 사실상 부모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전국민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단계적으로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긴 했으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 직업군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12일 조달청 나라장터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최근 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예술인·프리랜서 등 돌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실태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내용이 담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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