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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한중 축구, 다음선 중국 응원이 91%…‘차이나 게이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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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아시안게임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중국과의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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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게이트’ 의혹 재점화인가, 인터넷 장난에 대한 과민 반응인가. 지난 1일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91%) 나타나자 퍼진 논란이다. 여당은 “중국발 여론 조작 증거이자 북한 개입까지 의심된다”며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밤 중국 항저우에서 한국과 중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놓고 경기를 벌이던 때, 다음과 네이버에서는 ‘클릭 응원전(戰)’이 벌어졌다. 양사는 스포츠 페이지에 경기 상황을 문자로 중계하며, 이용자들이 댓글과 클릭으로 응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음의 ‘클릭 응원’과 네이버의 ‘터치 응원’은 이용자가 어느 팀에 더 많은 클릭 응원을 보냈는지도 보여줬다.

    다음 “로그인, 횟수 제한 없어 벌어진 일”

    그런데 다음에서 중국 대표팀이 받은 응원 클릭은 1983만 회(91%)로, 한국 팀이 받은 횟수(208만 회, 9%)를 압도했다. 이런 경향은 이튿날에도 이어져 중국은 2000만 회를 훌쩍 넘어선 반면 한국은 200만 회 초반대에 머물렀다. 이상 현상은 여럿 더 있었다. 지난달 30일 한국이 북한에 4대1로 패한 여자 축구팀 8강전에서도 한국을 응원한 비율(25%·22만 회)은 북한 응원 숫자(75%·65만 회)보다 적었다. 한국 여자 축구팀이 5대0으로 승리한 지난달 28일 조별리그 홍콩전에서도 한국은 9%(11만 회), 홍콩은 91%(117만 회)의 응원을 받았다.

    네이버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남자 축구팀 8강전은 한국이 94%(565만 회), 중국이 6%(37만 회) 응원을 받았다. 여자 축구팀 8강전 역시 한국(70%·156만 회)이 북한(30%·67만 회)을 앞섰고, 홍콩전도 한국(87%·43만 회)이 홍콩(13%·6만 회)보다 응원을 더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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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전 당시 클릭 응원전 현황. 다음에선 네이버(위)에 비해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네이버·다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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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다음 측은 “클릭 응원은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가능해 벌어진 일 같다”고 말했다. 실제 다음의 경우 응원 댓글은 로그인 회원만 작성할 수 있지만, 클릭 응원은 로그인이 필요 없다. 다음 관계자는 “누구나 가볍게 응원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다 보니 로그인 절차를 따로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네이버는 ‘터치 응원’을 위해선 먼저 네이버 아이디(ID)로 로그인해야 하며, 응원 댓글을 달려면 본인 확인도 거쳐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1인당 응원 횟수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소수로도 응원 여론을 바꿀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다음은 로그인 절차가 없다 보니 매크로 활용 같은 조작에 무방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축구 한·중전에서 다음의 응원 클릭 수는 2100만 회로, 네이버 참여(600만 회)의 3배 이상이었다.

    두 사이트 모두 중국 본토에서는 접속이 차단돼 있어 실제 중국인 다수가 참여한 게 아니라 누군가 장난으로 응원 횟수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인위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조작 방식은 링크를 공유해 응원을 누르는 이른바 ‘좌표 찍기’나 매크로 시스템 등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2일 오후 “클릭 응원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불필요한 오해를 주고 있어 당분간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미 “한국 사이트에서 중국 편을 드는 의도가 뭐냐”는 논란이 확산했고, 정치권으로도 불이 옮겨붙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다음에 조작 세력이 가담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중국 세력의 개입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을 언급하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해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포털TF는 수사 당국과 포털의 철저한 수사와 조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 “미·영서도 비슷한 의혹 불거져”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중국 동포(조선족)와 중국인이 한국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을 제기한 여권에선 “이제야 증거가 잡힌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경찰 수사로 넘어간 차이나 게이트 의혹은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여론 조작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 없다”(지난해 10월 김기현 의원)며 줄곧 경계해 왔다. 올해 들어 인터넷 댓글에 국적이나 접속 국가 표기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개인 블로그에 “내년이 총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다음과 네이버를 저들(중국)의 광란의 놀이터로 만들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썼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중국의 해외 여론 조작은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불거진 의혹이고, 한국에서도 여론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보 성향이 강한 다음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만큼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심서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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