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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싸도 없어서 못 팔아”… LG·HP, 폴더블 노트북 인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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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금성전파사. LG전자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이목이 쏠린 제품은 ‘LG 그램 폴드’였다. LG전자는 LG 그램 출시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폴더블 노트북 500대를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 가운데 초도 물량 200대가 이달 초 판매 시작 직후 순식간에 나갔다.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준비한 물량이 동나자 LG전자는 긴급히 2차 물량을 일부 끌어와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는 그램 폴드 체험장엔 1.25㎏ 폴더블 노트북 5대가 데스크톱 모드, 북 모드, 태블릿 모드 등 각기 다른 폼팩터(기기 형태)로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17인치 노트북 화면이 책처럼 반으로 접힌 북 모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체험장에서 만난 권모(33)씨는 “90도 접힌 노트북 화면이나 180도로 펴진 데스크톱 형태는 익숙한데, 17인치 화면을 45도 접어 쓰는 건 새롭게 느껴진다”며 “한손으로 들기엔 조금 무겁지만, 터치 방식에 더해 전용 펜으로 메모를 하면서 전자책을 읽고 옆에 다른 창을 띄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어 유용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램 폴드 출시 가격은 499만원.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 구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브랜드에서 내놓은 첫 폴더블 노트북인 데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면서 ‘폴더블=실용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진주 금성전파사 그램 폴드 담당 직원은 “온라인 판매 전용 제품이지만 현장 구매 문의가 많다”며 “제품을 구할 수 없어서 이틀 연속 체험장에서 제품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관람객도 있었고, 가운데 주름이 거의 안 보이고 디자인이 예쁘다며 구매 예약 방법을 묻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PC업체 HP도 LG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폴더블 노트북을 내놨다. 지난달 중순 미국에서 먼저 공개된 ‘HP 스펙터 폴더블 PC’는 사전 주문을 거쳐 이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4999.99달러(약 67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HP 관계자는 “판매량을 밝힐 수는 없으나, 미국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 판매가는 LG그램 폴드 가격 등을 고려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폴더블 노트북 출시 시기가 겹치는 건 핵심 부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폴더블 패널 생산 일정 때문이다. LG전자와 HP 폴더블 노트북에는 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17인치 폴더블 OLED 패널이 동일하게 쓰였다. 두 노트북의 사용 방식은 유사하다. 제품을 180도 펼쳤을 때 17인치(대각선 길이 43㎝ 내외) 태블릿과 데스크톱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제품을 90도로 접어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얹으면 12인치(대각선 길이 31㎝ 내외) 노트북이 된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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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노트북 시장은 아직 개화 전이지만, LG전자와 HP가 폴더블 신제품을 내놓은 건 프리미엄 시장에서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 노트북 OLED 패널 출하량은 1000개에 미치지 못한다. 내년 3000개, 2025년 1만6000개 수준에 머물다가 2026년 22만5000개, 2027년 58만1000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폴더블 노트북은 전체 노트북 시장의 0.02%에 불과해 새싹처럼 자라나고 있는 시장”이라며 “아직까진 많이 판매하려는 목적보다는 기술력을 보이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만들어지는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그램 폴드 1차 완판에 이어 나머지 300대의 판매 일정을 조율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대량 양산 제품이 아니다 보니 생산에 시간이 더 걸린다”며 “초기 주문이 많아 생산 일정을 고려해 판매 시점이 정해질 예정이며 추후 재출시 계획은 시장과 고객 반응을 보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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