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고척돔 가득 메운 e스포츠 팬…“페이커와 함께 성장, 뭉클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티원 주장 ‘페이커’ 이상혁이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와, 가슴이 웅장해진다!”

5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e스포츠 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질렀다. 롤드컵이 한국서 열리는 건 2018년 대회 이후 처음인데다, 결승전이 서울에서 열린 건 9년 만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8월 진행된 사전예매에서 1만8000여 관람석이 20분 만에 매진됐다. 최근 중계 방송 시청 시간 감소, 산업 규모 축소 등 침체기를 겪는 게임 업계에서는, 팬층이 두껍고 시장 규모 또한 큰 한국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가 산업 재반등에 도움을 줄 거란 기대가 나왔다.

한겨레

e스포츠 팬들이 19일 오후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메웠다. 정인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펼쳐진 결승전에선 ‘페이커’ 이상혁(27)을 앞세워 역대 12번의 롤드컵 가운데 가장 많은 3번의 우승을 차지한 국내 대표 강팀 ‘티원’(T1)과, 젠지, 빌리빌리게이밍 등 유력 우승 후보들을 누르고 결승에 깜짝 진출한 중국 팀 ‘웨이보게이밍’이 맞붙어 특히 시선을 끌었다.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티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대학생 강민혁(24), 정태경(22)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티모’ 모자를 나란히 쓴 채 경기장을 찾았다. 강씨는 “신체적 조건이 많은 걸 좌우하는 다른 스포츠 종목들과 달리 e스포츠는 시공간의 제약이나 ‘피지컬’의 제약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매력이 있다. 롤드컵 시즌2(2012년) 때부터 페이커의 경기를 보며 함께 플레이 했는데, 여태껏 한 팀에서 변치 않는 기량을 뽐내는 걸 보면 뭉클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티원의 결승 진출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서 사전예매를 하지 못해, 지난주 중고 장터에서 웃돈을 주고 50만원에 티켓을 겨우 구했다.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티원을 응원하는 이준경(27)씨는 “동갑내기인 페이커가 프로 리그에 데뷔할 때부터 봐 왔는데,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집에서 경기를 봐도 되지만 현장에 직접 오니 확실히 다함께 한 팀을 응원하는 열기가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임주혜(27)씨는 “함께 성장한다고 하기에 페이커는 너무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아니냐”며 웃었다.

한겨레

대학생 강민혁(24·왼쪽), 정태경(22)씨가 19일 오후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직접 쓴 티원 응원 팻말을 들고 있다. 정인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대학생 이창건(22·왼쪽), 정화윤(21)씨가 19일 오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직접 쓴 티원 응원 팻말을 들고 있다. 정인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멀리서 ‘원정 응원’을 온 국외 팬들도 적지 않았다. 티원을 응원하려 호주에서 서울을 찾았다는 팀(29)과 마이클(28)은 “페이커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시작했다. 티원의 홈인 한국에 와서 페이커 경기를 직접 보는 게 10년 전부터 꿈이었는데 드디어 오게 돼 기쁘다. 롤드컵을 볼 겸 한국을 찾았다가 남해 등 서울 말고 다른 도시들도 둘러봤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드보라(28)와 블라디(26)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게임 속 캐릭터 ‘바이’로 코스프레(분장) 한 채 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은 “티원은 놀라운 팀”이라고 환호했다.

한겨레

프랑스 출신 드보라(28·왼쪽)와 블라디(26)가 19일 오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게임 캐릭터 분장을 한 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승전에 앞선 오프닝 공연에는 걸그룹 뉴진스가 등장해 관중들의 흥분을 돋웠다. 뉴진스는 지난달 이번 대회 주제곡인 ‘갓즈’(GODS)를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전날(18일)에도 여자아이(들), 에프티(FT) 아일랜드, 앨런 워커 등 국내외 가수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사전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광화문 광장엔 결승전 현장을 직접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해 대형 스크린에 경기가 생중계됐다. 1만여명이 운집해 거리 응원전을 벌였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입주기업 등 서울시가 지원하는 중소 게임사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쇼박스’도 운영됐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후원하기]
▶▶지구를 위해! [겨리와 함께 줍깅] 신청▶▶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