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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韓 인구 감소, 중세 흑사병 능가"…北 남침 경고까지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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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간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두고 해외에선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의 상황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가 쓴 ‘한국은 사라지고 있나’라는 칼럼에서다.

그는 “한국과 같은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의 한 세대가 2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다음 세대는 인구가 7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 OECD 1위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실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유례없이 빠른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70~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했다. 37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이며 멕시코(-2.4%), 스페인(-1.7명), 일본(-0.8%), 영국(-0.8%), 미국(-0.7명)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같은 기간 한국의 고령화비율(총인구 대비 65세 인구) 연평균 증가율도 3.3%로 OECD 37개국 중 가장 빨랐다. 2위 일본은 2.9% 수준이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에 진입한 이후 18년 만인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 이후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NYT는 국제연합(UN)의 세계 인구 통계를 인용해 2050년이 되면 한국이 홍콩(1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고령화 1위 국가인 일본은 3위로 떨어질 예정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 북한이 남침 선택할 수도”



인구 감소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와 직결된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시장에선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잃게 된다. 한경연은 합계출산율이 0.25명 감소할 경우 성장률이 0.9%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UN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현재 3600만명에서 2050년 2400만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950만명에서 18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노인부양에 대한 부담도 증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65세 이상)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23년 26.1명→2036년 51.1명→2070년 100.6명으로 늘어난다. 즉 2070년 되면 생산인구 1명당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초·중·고교 폐교는 물론 군대 유지조차 어렵게 돼 국방력도 흔들릴 수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은 저출산으로 자위대에서 근무하는 자위관 인력이 부족해지자 정년을 한 살씩 늘려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NYT의 다우서트는 칼럼에서 북한이 남침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한다면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군은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상비병력을 2017년 61만8000명에서 2022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군단은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39개에서 33개로 축소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해오고 있다. 20세 남성인구가 2021년 29만명, 2035년 23만명, 2040년 13만명 순으로 급감할 것이란 추계가 반영됐다. 현재까지 2·20·26·30사단이 해체됐으며 작년 말에는 ‘이기자 부대’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 27사단이, 올해는 동해안 지역 방위를 책임진 강원도 양양군 8군단이 해체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했다(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 그러면서 OECD 35개국(2000∼2021년) 패널 모형 분석을 바탕으로 고용ㆍ주거ㆍ양육 등 출산 여건을 개선하면 출산율을 0.845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은 "출산·양육에 있어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결국 청년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현금성 복지와 제도적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에서 오는 정서적 행복감 등이 좀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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