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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尹 정부 ‘공매도·주식 양도세·서민금융’만 해결해도 성공한다 ①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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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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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우리 자본시장이 안고 있는 해묵은 과제지만, 현재 여전히 진행형인 ‘뜨거운 감자’다.

전통적인 금융 당국과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이다. 유동성 공급과 가격 효율성 증대, 투자자 거래비용 감소, ‘주가 버블’ 형성 방지, 증권의 적정가격 형성 등 공매도가 순기능을 가지고 있고,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이를 금지한 국가는 없다는 근거에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도 그 이유로 든다. 여기에 더해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비중에 비해 국내 거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공매도 금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반면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압도적인 여론에서 나온다. 순기능에도 한국에서는 공매도로 인한 이익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대부분 돌아가고,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탓에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사실관계를 떠나 양측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둘 다 맞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당국의 개선 의지인데,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야 하고 거래의 성격을 자세히 분석했을 때도 공매도 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 시 이익 실현을 위해 주로 매수 전략을 택하고, 주가 하락에 투자한다 해도 대주 비용을 내야 하는 공매도보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ETF(상장지수펀드)나 인버스 상품, 또는 ETF 인버스 레버리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실제 공매도 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금융 당국의 의견이다. 따라서 실질 효과도 크지 않은데, 대외 금융 신인도를 훼손하면서까지 이를 금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공매도 시장을 둘러싼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세다.

담보비율을 높이면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돼 전체 시장의 거래 부담이 커진다든지, 기관이 90일마다 롤오버를 해야 하면 역시 거래비용이 증가한다는 등의 주장은 이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핵심은 외국계 또는 몇몇 국내 증권사(혹은 시장 조성자)들이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과도한 이익을 남기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가 결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 자본시장보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맞춤형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 금지 ▲담보비율 130% 상향 통일 등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외국인·기관 대차 상환 기간 연장 금지 ▲외인·기관·개인 상환 기간 90일 통일 및 상환 후 1개월간 재공매도 금지 등 개미들의 요구가 국내 현실에 맞는지 살펴보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당국은 많은 시간이 들고 복잡한 과정에 따른 큰 비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최대한 투명하게 관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증권 및 증시가 ‘과학’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 탓에 ‘투자’와 ‘손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즉 증권의 가치와 증시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또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공매도 필요성과 글로벌 스탠다드, 한국 자본시장의 대외 신뢰도를 부정할 이는 없다. 그렇더라도 1400만명이 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적정한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한축을 견인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국회에서 발의한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법안만 8건에 달한다. 그만큼 공매도는 전국민적 관심 사항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소관인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세부 내용 조율 등을 이유로 개정안 심사가 보류된 상황이지만, 정부와 금융 당국은 진전된 ‘액션’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진행 중인 전수조사가 보여주기식으로 그치면 안 되며, 관련 제도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당국이 적극 나서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단숨에 판도를 뒤집었다. 이듬해 임기를 시작해 2001년까지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가운데 성추문을 비롯한 수많은 스캔들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70%까지 올라갔다. 특히 재임 기간은 여러 외부 악재가 있었지만, 미국 역사상 최장기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 클린턴 시절을 그리워하는 미국인이 아직까지 많은 이유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은 없고, 나라 경제와 함께 개인의 경제(일자리, 소득 상승, 안정적 주거)도 안정돼야 한다.

증시 개인 투자자 1400만명은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을 훌쩍 넘는 규모다.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또 일부는 타협하더라도 지속해서 관련 제도를 조정하고 개선해야 하는 일은 정부와 집권 여당의 당연한 몫이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경제만큼은 확실히 돌파구를 선보이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EU 유럽기후협약 대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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