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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M&A 고민' 엔씨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영입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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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래 16년간 엔씨서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재직

'쇄신·M&A 고민' 엔씨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영입 배경은

연합뉴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왼쪽)와 박병무 공동대표 후보자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엔씨소프트[036570]가 199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조계 출신 전문경영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선을 두고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가 최근 드러낸 경영 쇄신과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날 공동대표 후보자로 영입했다고 발표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내년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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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M&A 전문 변호사 경력 살려 경영인으로 변신

경북 경산 출신인 박 대표는 1961년생으로 서울 대일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1985년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했다. 김택진 대표와는 고교 및 대학 동문이다.

연수원 15기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곽상도 전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가 포진해 있다.

박 대표는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89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법조계 생활을 시작, M&A와 기업 분쟁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 한화종합금융 경영권 분쟁 당시 한화종금 변호를 담당한 것을 시작으로 쌍용증권, 한일은행, 제일은행 등 1990년대 말 굵직한 금융사 M&A 사건을 맡았다.

박 대표는 이런 경력을 살려 2000년대 들어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로커스홀딩스 대표를 맡아 싸이더스를 인수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시기 게임산업과도 인연을 맺었다. 2001년에는 '악튜러스'·'화이트데이' 제작사 손노리를 합병하고, 넷마블[251270] 지분 51%를 51억 원에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로커스홀딩스는 이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플레너스는 '가문의 영광', '엽기적인 그녀', '실미도' 등 여러 한국 영화 흥행작과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배급하며 박 대표 재임 시기 시가총액이 20배 뛰었다.

박 대표는 2003년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의 국내 법인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AIG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뉴브리지캐피탈은 2003년 국내 유선통신 기업 하나로텔레콤 최대 주주가 됐다. 박 대표는 2005년 하나로텔레콤 경영위원회 의장, 이듬해 대표이사를 맡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IG-뉴브리지캐피탈 컨소시엄은 2007년 SK텔레콤[017670]에 하나로텔레콤 지분 38.89%를 1조877억 원에 매각, 투자 3년여만에 당시 환율 기준 7억 달러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하나로텔레콤 매각 후 회사를 떠난 박 대표는 이후 잠시 김앤장에 몸을 담았다가 국내 1세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보고펀드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이후 2016년 보고펀드에서 PEF 부문이 분리되면서 설립된 VIG파트너스를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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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엔씨와 오랜 인연…경영 쇄신·M&A 속도 붙을까

박 대표는 하나로텔레콤 대표로 재직할 때도 게임산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자체 포털을 통해 e스포츠 대회를 중계하거나, 인터넷TV(IPTV)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와 공식적인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다.

박 대표는 2007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려 2013년까지 재직했고,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올해까지 10년 가까이 임기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김택진 대표의 두터운 신임이 있다.

특히 2014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약 15%까지 확대하고, 이듬해 경영 참가 의사를 밝히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방어하는 데 박 대표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가 내년 공동대표 선임을 앞두면서, 엔씨소프트가 진행 중인 경영 쇄신 작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캐시카우였던 모바일 '리니지' 3부작(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10월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조직개편 및 비용 구조 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변화경영위 출범이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나 부서는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로운 게임 지식재산(IP)과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 위한 기업 M&A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엔씨소프트는 한동안 막대한 현금성 자산 보유량에도 불구하고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2012년 국내 개발사 엔트리브를 인수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그러나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게임, 비게임 분야 모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부적으로는 경영 쇄신, 외부적으로는 M&A를 통한 사업 확장을 앞둔 상황에서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향후 돌파구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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