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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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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현상이 초래하는 가짜뉴스의 메카니즘…신간 '동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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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 선스타인 "진실에 바탕한 소수의 관점 보상하는 제도 필요"

연합뉴스

가짜뉴스 생산 유통
연합뉴스 자료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정보적 폭포현상이 불러온 가짜뉴스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사회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신간 '동조하기'에서 "만병통치약은 없다"면서도 잠재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이른바 '진실'이라는 것을 의심하도록 부추기는 훌륭한 제도적 규범, 자유시장 등의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굳건히 존재하는 체제에서는 신뢰할만하다고 추정되는 출처가 언제든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제가 된다.

폭포현상은 소수의 믿음과 관점이 다수에게 빠르게 확산하고, 잠재적으로 급진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이어트나 경제 동향 등 분야의 '자칭 전문가'는 사실은 괴짜이거나 선전가인데도 마치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거짓 정보를 급속히 전파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폭포현상은 집단의 의사결정이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더 극단적인, 즉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공통 분모를 다지고 극단으로 흐르는 '집단극화' 현상과 밀접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집단극화 현상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소수집단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집단극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현상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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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개개인의 관점에서 동조는 대개 이성적인 행동의 과정이지만, 우리 모두가 또는 대다수가 동조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사고할 때 사회는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상당수의 개개인이 독자적인 지식에 근거해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위험하다.

'어떤 정치인은 훌륭하다', '어떤 상품은 위험하다', '어떤 사람은 범죄자다'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까닭에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 모두가 틀릴 수가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대체로 다른 사람이 말했거나 행동했던 것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신호의 볼륨을 단순하게 증폭하고 있는 것이라면 현실은 그들 모두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나 법률, 투자, 건강 등에 관한 자신의 정보가 부족할 때 타인의 판단이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조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반대자들은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의미에서 그들의 반대는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군중을 따르는 행동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지만,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개인들이 말하고 실천하는 것은 사회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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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법관도 폭포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고, 판례 체계에도 이러한 현상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이전의 판례를 따랐던 것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광범위한 오류가 저절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각각의 집단 내에서 폭포현상과 관련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사 결정 과정을 구조화하는 미 대법원의 사례를 제시한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후임자들이 전임자들의 판단을 보면서 과도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연공 서열의 역순위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와 법 등 각 분야에서 의사 결정이 최선에 도달할 수 있으려면 다수의 찬성에 반대를 던지는 소수 등의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보상하는 제도에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기관은 동조를 억제하고 반대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열린책들.256쪽.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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