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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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이 최근 유럽 속 ‘가상자산의 허브’라는 별명과 함께 경제 부흥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매주 공유 오피스에서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열리고 (연간으론) 웹서밋과 니어콘 같은 업계 주요 콘퍼런스가 열리는 도시”라고 묘사했다. 웹서밋과 니어콘은 매해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로 각각 정보기술(IT)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유럽 최대 규모 행사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웹서밋에도 블록체인 업계가 참여할 정도로 포르투갈은 유럽 내에서 블록체인 산업 패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 포르투갈, 가상자산의 허브로 변신
포르투갈이 다른 유럽 선진국을 제치고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친(親)이민정책, 느슨한 규제,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육성 등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2년부터 ‘골든 비자’ 제도를 신설해 외국인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골든 비자는 외국인이 50만유로(약 7억17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포르투갈에 직접 투자하면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골든 비자 시행 후 유럽에 안식처를 마련하고자 하는 전 세계 부호들이 포르투갈로 몰렸다. 이 제도로 인구 1000만명인 포르투갈의 이민자 수는 지난 2022년 기준 70만명을 돌파했다. 포르투갈은 인구 증가만 아니라 외국인에게서 투자금을 거둬들이는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골든 비자를 통해서만 약 68억유로(9조7467억원)가 포르투갈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포르투갈은 248개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프로젝트를 끌어들여 유럽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FDI를 유치했다. 이 중 99건이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분야다.
여기에 다소 뒤늦게 조성된 가상자산 규제 환경은 가상자산 부호들이 포르투갈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일찌감치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매기던 독일·영국 등과 달리 포르투갈은 2022년까지 가상자산 거래의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매기지 않았다.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 수익의 28%를 세금으로 거두지만 이마저도 1년 이상 보유한 가상자산은 과세가 면제된다.
유럽의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VC)인 그린필드 캐피탈이 유럽 기반 가상자산 프로젝트 창업자 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이 유럽의 가상자산 허브로 포르투갈 리스본을 꼽았을 정도다. 글로벌 시민권·영주권 컨설팅 기업 헨리앤드파트너스의 조아오 고메스 정부 자문 선임관리자는 “포르투갈엔 지난 2년간 수백명의 유명 가상자산 투자가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자신의 전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으로 유명한 디디 타이후투도 포르투갈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점도 관련 산업 진흥을 앞당겼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블록체인 비즈니스 참여자 간의 정보 교환을 장려하기 위한 블록체인 파노라마 플랫폼을 도입했다. 2021년엔 기술자유구역(ZLT) 조성을 위한 법령을 제정했는데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 실험 테스트 등 지원 목록에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 '니어콘(Nearcon) 2023'에 참석한 국내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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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망 스타트업 배출…글로벌 메인넷 부재는 한계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벤드페이, 업홀드 등 유망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벤드페이는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교환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홀드는 웹3.0 금융 플랫폼으로서 간편한 접근성이 특징이다. 기업과 개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으며 30개 거래소의 주문을 연결·중개해 고객에게 최적의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업홀드는 현재 140여개국 1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냈다.
포브스는 지난달 포르투갈 핀테크 협회가 발간한 ‘포르투갈 핀테크 보고서’를 인용하며 “(과거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과세 정책과 정부의 디지털 금융 혁신 의지 등은) 포르투갈이 가상자산 친화적인 장소로서 매력을 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최근 정책 변화는 가상자산 허브로서 포르투갈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소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신규 이민자 대상에 한해 부동산 투자를 통한 골든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골든 비자를 얻기 위한 외국인들의 부동산 구매가 포르투갈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 수익에 대한 세금도 매겨지고 있다.
글로벌 유력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도 포르투갈의 한계로 꼽힌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들은 쏟아지고 있지만 유럽 대륙을 넘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포르투갈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찾아볼 수 없다.
환경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포르투갈은 유럽 내에서 블록체인 종사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포르투갈이 한동안 유럽의 가상자산 허브 지위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포르투갈에 업계 종사자들의 커뮤니티가 굳건히 형성된 상황이다”며 “여기에 미카법 시행으로 유로존 내 가상자산 사업 규칙이 명확해지고 세제 혜택도 미국보다 유리하다는 점 등도 포르투갈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사업의 집결지로 남을 수 있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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