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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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재판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법관 비위 은폐 등 47가지 혐의를 받아왔다.
사법농단은 2017년 4월 대법원이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2018년 1월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로 재배당했고, 이와 함께 같은해 2월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3개월 뒤인 2018년 5월, 대법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블랙리스트 문건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반면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2018년 6월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재배당됐다. 검찰은 7월 양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면서 힘을 잃는 듯 보였다.
그러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진실규명을 강조하며 검찰에 힘을 실어 줬다. 2018년 9월 문 전 대통령은 사법부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수사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그해 7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등의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고, 12월 검찰이 청구한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역시 발부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는 꺾이지 않았다. 검찰은 2019년 1월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재소환해 조사했고, 1월11일에는 양 전 대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검찰은 14일과 15일 양 전 대법관을 부르는 등 3차례 소환하며 강도 높게 조사한 뒤 1월24일 양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하지만 박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은 또다시 기각됐다. 검찰은 2월11일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 박 전 대법관을 2월11일 나란히 기소한다. 당시 양 전 대법관은 “검찰이 영민한 목표 의식에 불타는 수십명의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 페이지나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며 “몇 마디 들리는 말이나 스쳐 가는 몇 가지 문건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등 대법원 재판에 대해 이해력이 없어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우며 모든 이슈를 점령했지만 결국 1심에서 유죄를 받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을 지휘했던 수사팀장이 바로 한 위원장이다.
양 전 대법관은 무죄를 선고받은 뒤 “명쾌하게 판단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은 하지 않았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검찰은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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