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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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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약 100년 만에 돌아오는 고려 명승들의 사리… 부처님오신날 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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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미술관,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보관된 부처님 진신사리 등 사리 4과 조계종에 기증키로

사리구 반환은 고개 저은 미술관 측,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안 조계종·문화재청과 협의키로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명승의 사리가 돌아온다. 이 사리를 보관한 사리구는 임시 대여로 들여오는 방안이 추진된다.

조계종은 6일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보관된 사리를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15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하고,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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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모습. 조계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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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과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전날 보스턴에서 테이틀바움 관장 등 미술관 관계자들을 만나 사리가 불교에서 신앙 대상으로 여기는 성물(聖物)이라는 점에 뜻을 모았다. 사리는 불교에서 참된 수행의 결과로 생겨난다고 여기는 구슬 모양의 유골을 뜻한다.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면서 “보스턴미술관 측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문화재청 등 정부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14세기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다. 사리구에 적혀있는 명문에 따르면 당초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칠불 중 여섯 번째의 부처) 2과, 정광불(석가모니에게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예언하였다는 부처) 5과, 지공선사(?∼1363, 고려시대 양주 회암사를 창건한 인도 출신의 승려) 5과, 나옹선사(1320∼1376, 고려시대 지공선사로부터 불법을 배우고, 공민왕의 왕사로 활동한 명승)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합쳐 모두 4과의 사리만 남아 있다. 사리구는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돼 양주 회암사가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유출됐고, 보스턴미술관이 1939년 한 업자로부터 취득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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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왼쪽부터)과 최응천 문화재청장, 미국 보스턴미술관 테이틀바움 관장이 5일(현지 시간) 사리 반환 등에 대해 합의한 뒤 사리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계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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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작업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동안 임시 대여하는 것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외로 반출된 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고려 공예품에 대한 학술 연구 진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여 기간이나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이번 협의로 2009년부터 15년가량 이어져 온 사리와 사리구 반환 논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사리구를 완전히 돌려받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보스턴미술관 측은 잇단 논의 과정에서 과거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사리구 반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앞으로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남은 과제 일정을 착실히 추진하고, 보스턴미술관과는 상호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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