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어로 국가안보 위협 지적에도, 中과 무역 관계 고려해 주저
美, 작년 5월부터 中 겨냥 디리스킹 시작했으나 EU는 '지지부진'
이 신문은 EU 집행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이달 현재 화웨이·ZTE 제재에 동참한 회원국은 스웨덴과 라트비아 등 10개국이며, 60% 수준인 17개국이 불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웨이 |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1월 사실상 화웨이·ZTE를 겨냥해 안보 위험이 있는 공급자에 대해서는 핵심 부품 공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놓고, 제재를 독려해왔으나 호응이 신통치 않아 보인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에서는 화웨이와 ZTE가 자사의 5G 기기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만들어뒀다가 향후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미국은 화웨이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때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후 영국과 뉴질랜드, 호주도 미국을 따라 화웨이와 ZTE를 5G 사업에서 배제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5월 화웨이를 겨냥한 5G 반도체 칩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2022년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5월부터는 중국의 첨단반도체 산업 접근을 원천 봉쇄할 목적으로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본격화했으며, 3개월 후인 8월에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처럼 미국은 화웨이·ZTE 제재를 시작으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EU는 미국과는 처지가 다소 달라 보인다. 이와 관련해 EU가 희토류·리튬 등 핵심 광물, 반도체 등 분야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EU 회원국들은 중국 제재를 우려해 화웨이·ZTE에 대한 제재와 대(對)중국 디리스킹에 대해서도 주저하는 모양새다.
EU 집행위는 작년 10월 3일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 평가에 착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EU 회원국들이 올해부터 관련 분야의 기술 수출 통제 등 디리스킹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으나,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170개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왔지만, 중국 정부와는 어떤 연계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ZTE도 외부 기관의 독립적인 보안 검증을 통해서라도 백도어 설치 유무와 제품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 역시 미국 등 서방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중국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의 제재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화웨이는 작년 8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메이트 60 프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성공하면서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등 재기하는 양상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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