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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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혹한기를 보낸 인수금융 시장이 서서히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수금융이란 M&A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국내 인수금융 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축소됐다가 최근 들어 대규모 리파이낸싱(자금 상환을 위한 자금 재조달)이 늘어나면서 살아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차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웃지 못할 증권사가 한 곳 있다. 증권업계에서의 위상과 달리 인수금융 내 입지가 유독 크게 떨어지는 ‘1등 회사’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수금융 시장 내 순위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9~2020년까지만 해도 1~2등을 다퉜지만 2021년엔 7위, 2022년에는 9위로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기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말에는 인수금융 부문 고위 인사가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회사 안팎에서 ‘능력자’로서 평판이 워낙 좋은 인물이었기에, 미래에셋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한 인수금융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쌍용C&E의 리파이낸싱뿐이다. 연말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HMM 인수에는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딜 자체가 무산되는 바람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아무리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았다고는 하지만,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큰 딜을 단독 주선하며 치고 나가는 동안 미래에셋은 이렇다 할 실적을 못 낸 것이다.
사실 인수금융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입지가 약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래에셋 기업금융부문은 2016년 하나증권 출신 임원들을 영입하면서 급성장했지만, 2021년 조직 개편과 함께 대폭 축소됐다. IB 3부문에서 인수금융을 총괄하던 최훈 전 부사장(현 글로벌세아그룹 부사장)을 IB 1부문장 밑으로 발령 낸 게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인수금융 시장에서 이름값을 못 하는 진짜 이유는 경영진이 론(대출)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에쿼티(지분) 투자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2017년 일찌감치 ‘부채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며 에쿼티 투자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한창 정부가 인터넷은행 도입을 추진할 때도 박 회장은 “증권사는 모험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지론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미래에셋벤처캐피탈(현 미래에셋캐피탈)이 1999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24억원을 투자한 뒤 이듬해 1000억원을 번 일화는 여전히 업계에 전설로 남아있다.
박 회장의 두 자녀가 모두 벤처캐피털(VC)에서 근무하며 에쿼티 투자를 경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회장의 장녀 박하민씨는 미국 VC GFT벤처스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으며 장남 박준범씨는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선임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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