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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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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간첩 혐의 체포 한국인은 ‘선교사’..북한근로자 지원활동 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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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구금 중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모스크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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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남성이 선교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12일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은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백모 선교사라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타스통신은 11일(현지시간) 올초 한국인 한명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선교사는 올초 중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입국한 뒤 북한 근로자들을 위한 사역 활동을 하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에 체포됐다. 입국한 지 며칠만의 일이다.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인 근로자는 최소 수만 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로 건설 현장이나 벌목 현장에 파견됐다.

백 선교사는 북한 근로자들과 직접 접촉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백 선교사는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현재 러 연방 보안국 미결수 구금시설인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있다. 레포르토보 구치소에는 지난해 3월 백 선교사와 마찬가지로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도 구금되어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 선교사는 러시아의 국가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백 선교사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백 선교사의 활동을 불편해해 러시아 당국에 직접 신고하고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이례적 밀착과 어수선한 한·러 관계를 고려해 강경한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분위기를 잘아는 한 대북 전문가는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씌우는 것은 어떠한 구실이라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추후 북한 노동자들의 탈북 등을 지원하는 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선교사보다 앞서 2013년 밀입북 혐의로 체포돼 현재 북한에 장기 억류 상태인 김정욱 선교사 사례와 같이 국가정보원과 협조했다는 등의 명목으로 북한이 더 민감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현지에 함께 갔던 백 선교사의 아내도 연방보안국에 체포됐으나 현재는 풀려나 한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선교사의 구금기간은 6월 15일까지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백 선교사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한국은 러시아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관계가 고조화되고 있는 것에 근거한 분석이다.

김동영 온라인 뉴스 기자 kdy03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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