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렌딧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선비즈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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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베디드 시스템은 유뱅크 사업 전략의 핵심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렌딧, 현대해상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다가도 곧바로 입출금 등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굳이 유뱅크 앱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유뱅크 은행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하는 중입니다.”
김성준(39) 렌딧 대표이사는 제4인터넷은행 출사표를 던진 ‘유뱅크 컨소시엄’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내장형 시스템을 의미한다. 유뱅크는 협력사들의 앱 내에서 유뱅크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 중이다. 이를 통해 유뱅크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체 렌딧이 포함된 유뱅크 컨소시엄은 올해 2월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컨소시엄 주주사는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트레블월렛, 현대해상 등 5개 기업으로 이뤄졌다. 이 컨소시엄은 렌딧이 주도해 결성됐는데 김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은행 설립을 구상하고 협력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한 목표 아래 모일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회사마다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서비스 확장을 위해 자사 데이터를 활용할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답했다. 렌딧, 삼쩜삼, 트레블월렛, 현대해상은 데이터를 활용한 은행 업무 진출을, 루닛은 의료 테크 분야에 노년층 은행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다.
앞서 김 대표는 렌딧 창업 전 미국 유학 시절 온투업체들이 인터넷은행을 인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미국 온투업체들의 이러한 행보는 김 대표가 렌딧을 세우고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미국에서 온투업체가 은행을 인수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봐왔다”며 “렌딧 창업이나 인터넷은행 설립 모두 ‘기술 혁신을 통한 포용 금융’을 목표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렌딧과 유뱅크 모두 공통 목표는 자동화 기술을 탑재한 회사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온투업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라이선스 변화만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뱅크 컨소시엄 주주사 현황. /유뱅크 컨소시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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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뱅크가 포용금융 타깃으로 잡은 고객군은 노년층, 외국인, 소상공인이다. 김 대표는 해당 고객군에 대한 특화 금융을 목표로 세운 이유에 대해 ‘한국의 고령화’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고령화가 가팔라지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생산 인구를 대체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된다”며 “게다가 40대 후반에 1차 은퇴하는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소상공인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계층의 인구수는 늘어나지만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을 먼저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유뱅크의 또 다른 특징은 BaaS(Banking as a Service) 생태계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BaaS란 서비스형 뱅킹이라고도 불린다. 금융사가 금융 서비스를 기능 단위로 쪼개 비금융 업체에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가 핀테크 앱에서 기성 금융사 계좌를 개설하거나 주식 매매를 하는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BaaS의 일종이다.
김 대표는 “현대해상 고객이 은행 업무를 즉각 보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삼쩜삼 앱 이용자가 세무 업무를 보다 대출 업무를 즉시 원할 수도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각 협력사 앱에 내장된 BaaS 서비스를 통해 유뱅크 고객들이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BaaS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초기 이용자 유치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현대해상 고객이 1000만명이고 삼쩜삼 이용자가 2000만명”이라며 “각각의 파트너사에 필요한 은행 서비스를 BaaS로 제공해 파트너사 고객을 유뱅크로 끌어모으면 기존 인터넷은행 3사처럼 이자율 출혈경쟁을 하지 않고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4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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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사업 인가 신청 전 컨소시엄 구성이 바뀔 수도 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현재도 여러 기업과 논의를 하고 있다”며 “논의가 잘 된다면 컨소시엄 구성사가 10개가량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은행의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은행이 유뱅크에 단순한 재무적 투자(FI)에 그치지 말고 전략적 투자(SI)로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렌딧은 지금까지 대출 업무만 했지만 은행은 대출, 수신, 자본적정성 관리 등 전반적인 은행업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다”며 “전통은행이 협력사로 들어와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상생금융의 모습을 만든다면 유뱅크 사업도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뱅크의 강점으로 파트너십을 통한 데이터 축적을 꼽았다. 김 대표는 “대기업 계열사 간에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교류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라며 “유뱅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주주사들이 데이터를 교류하고 함께 축적하기 위해 모였다. 이러한 사업 협력 모델은 기존 인터넷은행 10년 영업 모습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뱅크는 연내 본격적인 인터넷은행 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컨소시엄 추가 합류에 대한 논의와 BaaS 생태계 구축 등 사업계획 구체화 등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김 대표는 “수개월 안에 사업 구체화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정책 방향성에 맞춰 사업 신청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 학사 ▲스탠포드대 제품디자인학 석사 과정 중퇴 ▲1/2 공동창업자 ▲스타일세즈 대표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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