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부담 바이든, 이스라엘 압박
이 "하마스와 휴전 어려워져" 불만
중동 전문가 "이, 결국 라파 공격
양국 관계 최악으로 치달을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스터티번트의 게이트웨이 테크니컬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은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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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작전과 관련해 최남단 라파에 진입할 경우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번 경고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미 정부의 가장 강력한 경고로 추정된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으며 일부 외신들은 미국과 이스라엘간 동맹이 중대 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美 "라파 공격시 무기 지원 중단"
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이스라엘에 폭탄을 보내는 것을 일단 멈췄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현재 다른 무기 지원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파 전면 공격은 안된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공격 계획을 재고토록 하기 위한 강제 수단이다.
바이든은 이날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급한 무기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살해하는데 사용됐다. 현재 이 무기는 지원이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만일 이스라엘이 (대규모로) 라파에 진입(침공)한다면 나는 문제를 해결을 위해 그간 우리가 이스라엘에 지원해 왔던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이날 발언은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여론 악화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CNN은 "바이든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비상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CNN은 "바이든은 지금까지 그러한 요구에 저항해 왔고, 하마스를 소탕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며 "하지만 백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피난해 온 가자 남부의 도시 라파에 대한 침공이 임박하면서 그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휴전 협상 더 어려워져"
이스라엘에서는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에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조처로 하마스가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이 미 정부의 무기 지원 보류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은 미국의 조처로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이 난처해질 수 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라파에 기갑여단을 보낸 가자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핵심 국경 통로를 장악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과 인질석방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길목을 차단한 것이다. 미국은 이 길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구호물자가 전달되는 핵심 통로이기 때문에 막혀서는 안된다며 이스라엘에 재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NYT "76년 동맹 중대 전기"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탄약 지원을 중단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76년 동맹이 중대 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NYT는 "(미국의) 탄약 지원 보류는 전화 통화나 성명 발표 등 직접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아닌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그러나 미 정부가 탄약을 제외한 다른 무기는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당국자들이 탄약 지원 보류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 관계가 반드시 파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은 몇 개월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 요인이 돼 왔다. 특히 갈등은 며칠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파를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바이든의 탄약 지원 유보 결정은 네타냐후를 압박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스라엘 안보까지 건드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최악이 됐다. 바이든도 달리 방법이 없다. 전쟁이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민주당 단합을 해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위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미 외교협회 중동전문가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이스라엘이 결국은 라파를 공격하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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