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로 국내 조선사들이 연초 예상하지 못했던 컨테이너선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기준 3379.22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92% 올랐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컨테이너선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등으로 우회 중이다. 운항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선복(적재능력) 공급이 감소하고 운임을 자극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항만 적체로 인한 운항 차질도 심화하면서 공급 문제로 인한 운임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을 우려하던 선사와 선주들은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섰다. 정 연구원은 “선복 부족과 용선료 급등으로 1만4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컨테이너선 발주도 확인됐다”며 “현재 중국 조선사 중심으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고 있으나, 국내 조선사들도 다수의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선은 올해 발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조선보다 새로 건조하는 비용(신조선가)이 많이 든다. 조선사의 수익성이 더 좋다는 의미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척의 신조선가는 1억3000만달러지만,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1척당 1억7000만달러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1척당 1억9800만달러에 달한다.
정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가 수익성이 더 좋은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기회”라며 “연간 수주 목표 달성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7년 하반기부터 2028년 인도 예정 선박을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정점 시점도 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1년 이상 미뤄질 전망”이라고 했다.
조선업계 호황기가 길어지는 만큼 조선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면 이미 제한적인 조선사들의 슬롯(선박 건조 공간)을 소진해 다른 고객이 발주를 서두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가격 협상력은 조선사에 있어 신조선가 강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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